내용요약 동남아, 여름 전인데...최고 기온 '40도' 넘어
태국 정부, 물 부족 우려에 "쌀 농사 줄여 달라" 권고
FAO 세계식량가격지수, 13개월 만에 오름세 전환
엘니뇨로 인해 올여름 가뭄과 폭염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전세계 식량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우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엘니뇨로 인해 올여름 가뭄과 폭염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전세계 식량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우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엘니뇨가 심상치 않다. 이미 동남아시아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기 전부터 40도 안팎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쌀 수출 강국인 태국은 농부들에게 쌀 생산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현재 아시아의 다수 국가들은 평년보다 더 덥고 더 건조한 날씨에 몸살을 앓고 있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이달 초 낮 기온 44.2도, 43.5도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역시 최근 낮 최고 기온 37도로, 5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미얀마는 지난달 이미 40도를 넘어서 43도에 달했다. 

이번 폭염은 올 하반기에 아시아를 덮칠 엘니뇨와 관련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현상을 말한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가 5~7월 나타날 확률은 60%가량이며,  7~9월에는 8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역시 엘니뇨가 7월 전 발생해 북반구에서는 겨울까지 지속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엘니뇨가 불러온 폭염과 가뭄으로 식량 위기가 가시화된다는 점이다. 세계 쌀 생산국 2위인 태국은 "쌀 농사를 올해 2~3번에서 1번으로 줄여달라"고 권고안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권고안은 태국 국립 수자원청에서 내놓은 제안으로, 엘니뇨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5월 셋째 주에 시작되는 태국의 우기는 엘니뇨로 인해 조금 늦게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청은 수자원 보존을 위해 모든 사람, 특히 농민의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고 방콕 포스트는 보도했다. 

쌀뿐만 아니라 태국의 주요 생산품인 팜유, 코코아, 설탕을 포함한 작물의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레이딩업체 차르니코 그룹은 태국 설탕 생산량이 2009~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국 이외에도 인도 역시 쌀과 밀 생산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인도는 세계 쌀 1위, 밀 2위 생산국으로 세계 식량을 도맡고 있는 나라다. 엘니뇨가 예고된 기간은 인도에서 곡물 생산을 위해 가장 많은 강우량을 필요로 하는 시기다. 강우량이 줄게 되면 곡물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봤다. 이는 "몬순 기간의 강우량 감소는 세계 식량 안보와 인플레이션에 매우 과소평가된 위험"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고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이어온 식량 위기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태국과 인도의 쌀 생산량은 전 세계 55%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 식량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곡물 재배가 타격을 입으면서 식량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엘니뇨 당시 설탕 생산량은 700만톤 감소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를 보면 이미 식량 가격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3월은 15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 127.2로 전월보다 0.6% 오르면서 13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FAO는 엘리뇨로 인한 기록적 폭우·폭염·가뭄 등의 대비책을 강조하면서, 취약국 지원에 나설 것을 알렸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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