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부담 줄이고 원전 산업 힘 싣기
재생에너지 비중 낮추고 원전 비중 늘린 10차 전기본
신재생에너지 RPS 축소…"탄소중립 예산 2400억원 삭감" 지적도
인류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에서 ‘하나뿐이었던 지구’로 바뀔지 모릅니다. 이제 지구는 지표 온도 상승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폭염과 폭설을 기록하는가 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이상 기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은 이런 새로운 환경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뿐인 지구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하는 날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한 하루입니다. <한스경제>는 ‘환경의 날’을 맞아,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인 1.5℃ 상승을 막기 위해, 산업은 물론 경제와 문화 등의 중요 이슈들을 짚어보았습니다.<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지난달 27일 출범 1년을 맞은 윤석열정부가 기후위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문재인정부 때와 동일하나 규제 완화와 원전 산업 강화를 통해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줄여주려는 기조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편성한 59조4000억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도 태양광·풍력 기술 개발 등 탄소중립 관련 예산을 2409억원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가 지난 3월 21일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살펴보면, NDC는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10월 발표된 감축 규모와 동일하다. 

하지만, 산업 부문의 감축 규모는 2021년 14.5%에서 11.4%로 3.1%포인트(810만t) 축소됐다. "산업 부문은 원료 수급 제한·기술개발 지연 등 현실적 어려움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수출경쟁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탄녹위원들을 만나 "탄소중립이 우리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안에 대해 "산업 부문 감축 부담을 줄여주고 핵발전과 국외감축을 통해 상쇄하는 내용이 골자"라며 "사실상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오히려 탄소국경제도(CBAM)·잔여 탄소 예산 등 국제 동향을 고려해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입각, 산업 부문 감축량이 상향됐어야 했다"며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노후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처리 방법이 없는 고준위 핵쳬기물을 발생시키겠다는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 기조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 4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당시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NDC에 대해 "지난 정부가 산업 현장의 충분한 수렴없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상향 조정했다"며 "산업계와 현 정부에 큰 부담"이라고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7년까지는 연평균 2%를 감축하고,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연평균 9.3%를 감축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40%를 감축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목표는 유엔(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제시한 로드맵(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과 비교해도 과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 해 미국(45.8%)과 영국(45.2%)·독일(49.1%)·캐나다(49.1%) 등 주요국이 제시한 수준도 문재인정부와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 힘을 싣는 윤석열정부의 기조는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도 드러난다. 문재인정부 때 발표된 '9차 전기본'과 비교하면 2030년 원전 비중은 25%에서 7.4%포인트 늘어난 32.4%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8.6%포인트 줄어든 21.6%로 조정됐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도 축소됐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RPS 비율을 14.5%로 설정하고 2026년부터 25%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현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13%로 낮추고 RPS 25% 달성 시점은 2030년으로 늦췄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제일 오른쪽이 월성 4호기).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제일 오른쪽이 월성 4호기).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윤석열정부가 기후위기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의 배경은 올해 우리나라 전체 기후위기 관련 지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에 368억원, 탄소중립기반구축 프로그램에 500억원 지출을 추가했지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은 4000억원 감액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4조2593억원이었던 기후위기 관련 지출은 올해 3조9536억원으로 약 3000억원 삭감됐다. 

지난달 17일에는 정부가 59조4000억원 규모의 제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을 2409억원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2022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자료를 보면 산업부가 올해 본예산에서 삭감한 4089억원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탄소중립 관련 예산은 2409억원 줄었다. 삭감한 예산 중 58.9%가 탄소중립 관련 예산인 것이다. 

삭감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은 △신재생에너지 핵심 기술 개발(-319억원)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633억원)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사업(-387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868억원) 등이다. 

물론, 기후위기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직전 정부 때도 있었다. 윤석열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0년 11월에도 '2021년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를 통해 대한석탄공사출자 등에 대한 감액 8535억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등에 대한 증액 7627억원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전환 및 탄소흡수원을 보전·확대하는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석탄발전 지원이나 국내외 유전개발 사업 등의 문제예산이 포진하고 있다"며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긴급하게 필요한 환경 예산에 대한 증액과 반환경적 예산의 삭감을 위해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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