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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 짓는 원유가 협상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낙농가 생산비 증가에 따른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국제 원당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더하는 중이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상황 속 장바구니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체 간 원유가격 조정 협상이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협상에서 결정된 가격은 8월부터 적용된다. 이번 협상에선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한다.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으로 제도 개편 전(ℓ당 104∼127원)에 비해 상승 폭이 제한됐다.

원유 가격이 인상될 시 마시는 우유 가격도 오른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약 10% 올렸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1ℓ 제품 가격을 6.6% 인상해 대형마트 기준 판매가격이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가 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900㎖ 제품 가격을 약 9.6%, 남양유업은 900㎖ 기준 가격을 약 8.7% 인상했다.

실제로 낙농가의 생산비용은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우유 관련 사료비는 16.6% 증가했으며 전체 생산비는 전년보다 12.7% 늘었다. 또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52만9000원이다. 전년(90만4000원) 대비 37.2% 줄었다.

원유 가격 인상 시 우유를 원재료로 한 유제품뿐 아니라 식품 및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사용 비중이 높은 가공유와 발효유 제품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카페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개인 카페 역시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국제 원당 가격도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해양대기청(NOAA)는 올 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의 경우 이상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아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이 발표한 5월 세계 설탕 가격 지수는 157.6으로 전월 대비 5.5% 뛰었다. 전년 동월 대비 30.9% 상승한 수치다. 원당 가격도 톤당 54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3% 증가했다.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당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지난달 말 설탕 할당 관세 잔여 물량에 대한 적용세율을 5%에서 연말까지 0%로 조정했다. 제당업체는 원당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필수 식품인 원유와 원당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소비자 밥상 물가에 또다시 영향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을 비롯한 설탕 등의 인상폭이 향후 관련 제품 가격을 결정 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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