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럽·북중미·아시아 국가들 이상고온에 전력수요 급증
늘어난 전력수요에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증가 할 수도 
韓, 석탄화력발전 환경적 악영향 최소화 방안 고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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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 전 세계가 이상 고온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예년보다 이른 폭염으로 '탈(脫)석탄' 움직임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이상 고온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그만큼 늘어난 냉방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벨기에는 올해 첫 폭염이 지난해보다 두 달이나 빨리 찾아왔다. 

벨기에 왕립기상연구소(RMI)는 1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해 첫 공식 폭염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RMI는 5일 연속 섭씨 25도를 넘거나 3일 연속 30도를 넘는 경우 폭염으로 인정한다. 

스페인도 유례없는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 환경부와 기상청은 올해 봄이 1961년 이후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올 여름도 평균보다 높은 기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부 코르도바는 4월 중 38.8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동남아 지역은 200년 만의 폭염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정도다. 동남아는 일반적으로 4월과 5월이 연중 가장 더운 달이고, 이후 우기가 더위를 식혀주지만, 이번에는 우기에도 태국과 베트남 등의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상 고온 현상은 지난해 여름에도 관측됐다. 유럽은 통상 여름이 그리 무덥지 않아 전력 수요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영국이 처음으로 40도를 넘는 등 이상 고온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수력과 원자력 발전량이 줄어 들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원자력발전소는 인근 강의 수온이 올라가면 원자로에 냉각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게 돼 전기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 

10일(현지시간) 땡볕 아래에서 '군기분열식' 리허설을 하다 실신한 근위병. 이날 런던의 최고 기온은 30도로 예보됐다. /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땡볕 아래에서 '군기분열식' 리허설을 하다 실신한 근위병. 이날 런던의 최고 기온은 30도로 예보됐다. / 연합뉴스

올해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돌파한 영국은 국영 전력회사인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가 냉방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동부 미들랜드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에 가동 대기를 요청했다. 일부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올 여름 영국의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기록적인 폭염·가뭄을 겪고 있는 중국도 올 여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석탄을 비축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탄소배출량 감축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화력발전소 건설 허가가 두 배 늘었다. 

전력 대부분이 수력 발전과 화력 발전인 베트남도 올해 폭염으로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력 발전량이 줄었다. 이에 화력발전에 의존해야 하지만 석탄수급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북부 지역 산업단지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전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도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정전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최고 기온은 32~41도까지 치솟았다. 앞서 4월에도 최고 기온이 40.6도를 넘기면서 6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바 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도 급증했지만 연료를 공급할 석탄이 부족해 한동안 정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석탄 공급 부족으로 최대 규모 발전소인 파이라(Payra)의 폐쇄 조치까지 내렸다. 

지난해 10월 6일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국회에 회부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하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10월 6일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국회에 회부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하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전 세계를 덮친 유례없는 폭염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은 지난 9일 이달 중하순께 이상 고온 현상 등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여름철 전력 공급이 부족해 석탄화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아웃'을 우려해 추진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애물단지가 됐다.

민간 투자를 포함해 총 17조원이 투입된 만큼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모두 상업운전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한 환경부담을 국가와 지역주민이 짊어져야 하는 점이 문제다. 석탄화력 비중을 2036년 14.4%까지 낮추겠다는 윤석열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도 맞지 않다.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거나 가동률을 낮출 경우 경제적 손실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비 개선 등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13개 부지에 총 57기의 석탄화력발전기가 운전 중에 있다. 

총발전량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41.9%로, 발전 에너지원 중 가장 높다. 국제적으로도 주요 석탄 수출국인 호주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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