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당국, 부실 우려 진화에 진땀...본질 접근한 해결책 없어 문제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창립 60주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임직원 비위행위 등으로 불거진 우려감이 집단 공포로 확대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같은 여수신 금융기관이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뱅크런’이다. 돈을 맡긴 고객들이 너도나도 달려와 예금을 인출해 가는 것이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이와 같은 뱅크런 사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숱하게 벌어져 왔는데, 지금처럼 미디어와 정보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선 더 순식간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초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과 경제 시장이 주목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다. 3월 9일부터 10일 사이 단 하루 만에 42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6조원이 인출됐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VB 파산 이틀 뒤 파산한 시그니처은행까지 함께 언급하며 모든 고객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SVB 뱅크런 사태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SNS 등을 통한 뉴스 확산에 공포에 질린 고객들이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클릭 몇 차례로 예금을 몽땅 옮겼다는 점이다.

우리 말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번역할 수 있는 뱅크런은 본래 예금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빗대어 만들어진 표현이다. 모바일뱅킹 시대 뱅크런은 ‘고갈되다(run out)’로 은유가 바뀔지 모르겠다.

정부와 당국의 필사적인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현 상황에 대해 쏟아지는 언론 보도도 비관적이다.

누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는 우선 △새마을금고의 과실과 이를 묵과하고 있던 주무부인 △행정안전부의 과실로 나눠볼 수 있다.

세상에는 늘 선과 악이 있고,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금융기관의 과실이나 이로 인한 부실도 100% 방지할 수 없다. 다만 금융기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는 다수의 대중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이로 불거진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 상황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기에 좀 더 철두철미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중앙행정기관 분류에서 19개 행정 각 부와 별개로 금융위원회가 독립돼 있는 이유기도 하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과거 재무부가 있음에도 말이다.

금융위원회와 산하 금융감독원은 우리나라 모든 금융기관들의 감독과 규율 책임을 갖고 있다. 한 군데가 예외인데 그게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도대체 왜 금융위가 아닌 행안부 감독을 받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의 역사를 훑어가며 추정해 보자면 우선 새마을금고법 제정 시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1982년 12월 31일 제정돼 198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마을금고법에선 제34조에서 “금고 및 연합회는 내무부장관이 감독한다. 다만, 신용사업에 대하여는 내무부장관이 재무부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내무부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행정자치부, 안전행정부, 행정안전부 등 명칭을 바꿔오는 동안 그에 맞춰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무부가 바뀌진 않았다.

어떤 조직이 특정 업무를 도맡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인원과 예산이 따라온다. 정부 조직이 여타 민간 영리기업의 조직처럼 수익성을 중심으로 평가되는 문화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결국 조직의 규모가 힘의 규모가 되는 것이다.

단정할 수 없지만 당시 법 제정 안팎의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두고 내무부와 재무부가 ‘권력’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여하튼 주무부인 행안부는 지금 사태에 대해 ‘뒷북’이라는 비판은 물론, 도저히 감독을 감당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게 지난 7월 4일에서야 연체율 10%가 넘는 금고 30곳에 대해 특별검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쓰이는 대표적인 업권인 건설·부동산 부문 대출이 전체 대출 비율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금융위 감독을 받는 타 상호금융업권은 이미 지난 2021년 도입한 조치다.

지금의 새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경남 산청군 하둔마을에 생긴 금고를 시작으로, 약 보름에 걸쳐 인근 지역서 5개 금고가 설립되며 시작된 역사를 갖고 있다. 자산 규모 면에서 보자면 새마을금고의 최근 성장세는 무척 가파르다.

자산 1조원을 돌파한 것은 1984년이다.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1992년 3월이다. 창립 40주년을 지나 2005년 9월에서야 자산 50조원을 달성했다.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연 것은 지난 2012년 9월이다. 창립 50주년을 목전에 두고 이뤄낸 성과다. 자산 20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20년 7월이었다.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은 284조원으로, 60주년을 맞아 3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고 의욕에 차 있었던 것이다.

총자산 규모로만 봤을 때 새마을금고는 여타 상호금융기관과 차이가 분명하다. 신협은 143조원, 수협은 44조원 규모다. 주요 시중은행이 500조원대이며, 농협이 이에 조금 못 미쳐 488조원 규모다. 자산 규모는 농협보다 작지만 점포 수는 외려 새마을금고가 200여개 가량 많다.

그렇다면 문제는 과연 이런 규모의 금융기관 감독을 행안부가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 지역금융지원과가 새마을금고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데, 행안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원 명단을 보면 모두 14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 전반에선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작 행안부에선 이게 달갑지 않다. 7월 6일 열린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감독권 이관과 관련한 질문에는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지 “현재는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게 전부다.

이와 같은 맥락의 발언은 금융위의 수장인 김주현 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튿날인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지금은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와 금감원 역시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당장 새마을금고 감독을 가져온다면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이관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처럼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통상 금융감독 권한과 관련한 법 개정은 행정입법 절차를 거쳤던 것에 반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문제는 의원입법을 통해 결론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또한 정부와 당국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새마을금고는 지난 60여년 동안 공적자금 투입이 없었던 금융기관이다. 주요 은행들은 물론, 많은 여수신 금융기관들이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내외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부침에 시달렸던 것에 비하면 새마을금고의 성장세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디지털기술 및 모바일금융 확산으로 인해 대중들의 금융이용 패턴이 바뀌며 대부분 ‘합병은행’들이 숱하게 점포 수를 줄여왔던 것에 비해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골목 금융기관의 위치를 사수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줄어든 점포 수는 200개가 채 안 된다.

기본적인 여수신과 공제사업 외에도 새마을금고는 중앙회를 중심으로 국제협력사업, MG새마을금고 지역희망 나눔재단 등을 통한 사회공헌사업 등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협동조합들 중 우리나라의 대표 주자로 위상이 높다.

또한 새마을금고에 예금을 맡긴 주요 고객들이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도 감안한다면 이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된다. 각 지역의 소상공인·실버 고객들과 장시간 밀접하게 끈끈한 관계맺기로 영업을 확장해 온 새마을금고이기에, 앞서 SVB 뱅크런 사태와 같은 우려는 적다.

실제로 각 금고가 자체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특화 정기예금 상품 등의 경우 만기유지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본격적인 수신 이탈로 볼 수 없다는 게 새마을금고 관계자의 해명이다. 또한 이들 핵심 고객들의 투자성향 역시 고위험 상품보다는 예금과 같은 안전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 역시 새마을금고 뱅크런 가능성을 불식시키고 있다. 

정부와 당국이 강한 어조로 부실 가능성을 일축한 것 역시 여론을 잠재우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주목해야 한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본인이 직접 6000만원을 새마을금고에 예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부실이나 비위, 방만한 경영, 불투명한 공시 구조 등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미흡한 점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다잡아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한 감독체계의 개선이 과연 가능할 지가 의문이다. 수많은 여론의 질타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뱅크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땜질 처방 외에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행안부의 감독권한 이관이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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