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 조합원들이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 조합원들이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이 13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63년 만에 진행되는 작가조합과 동반 파업이다.

배우조합의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밤 12시(현지시간)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조합은 지난 한 달여간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계약은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다가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연장돼 전날 오후 11시 59분(미 서부시간 기준) 합의 없이 만료됐다.

배우조합은 앞서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파업에 대해 사측인 AMPTP는 성명에서 "노조가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 대폭 인상, 시리즈 제작 기간 단축,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 등을 담은 우리의 제안을 묵살했다"며 노조에게 책임을 돌렸다.

반면 배우조합은 기자회견에서 "어제 그들이 우리에게 준 AI 제안서에는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을 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하고 동의나 보상 없이 원하는 작업에서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반박했다.

배우조합의 파업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또한 배우와 작가조합이 동시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과거 TV에 판매된 영화 재상영분배금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영화·방송작가 1만1000여명이 소속된 작가조합이 지난 5월 2일부터 2개월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서 할리우드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의 촬영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방송사가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이에 여러 방송사가 대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을 편성표에 다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 소품 공급 업체를 비롯해 할리우드 내 관련 산업 전체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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