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대 대선 때 '尹캠프' 몸담은 김동철 전 의원 하마평
제19대 국회 후반기 산자위원장 등 경험…"정치권에 목소리 기대"
'윤석열 캠프' 출신 非전문가 낙하산 인사 사례 누적 우려 시각도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한국전력공사 사상 최초로 정치인 출신 사장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차기 신임 사장 후보로 알려졌다. 한전 내에서는 고질적인 적자난에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 사장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비(非)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기류가 읽힌다. 

한전은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자를 모집했다. 정승일 전 사장이 한전의 누적 적자가 역대급으로 커지자 사퇴 압박을 못 버티고 지난달 12일 사의를 표명한지 약 40일 만이다.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후보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김동철 전 의원을 비롯해 복수 인사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김준동 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은 등은 이번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1961년 조선전업·경성전기·남선전기 등 3개 전력회사가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된 이래 한전 사장은 군 출신·고위 관료 출신·기업인 등이 맡아 왔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 차관 출신(조환익·김종갑·정승일)들이 3연속 취임했다. 

산업부 출신이 더이상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지 않는 이유는 수년 전부터 도마 위에 오른 한전의 적자난과 연관이 있다. 에너지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산업부 출신들이 연속으로 수장을 맡았음에도 적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국민 부담도 커지면서 기존의 조직 논리와는 거리가 먼 외부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기요금을 결정할 권한이 정부·여당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 문제는 오롯히 한전 사장을 탓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직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느라 원자력 발전에 소홀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를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원자력발전 가동률 또한 한전의 업무는 아니다. 

현재 한전 차기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김동철 전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한국산업은행 퇴직 후 더불어민주당 계열인 새정치국민회의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광주 광산구갑 지역구에서 17~20대(2004~2020년)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정치인이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계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여권으로 볼 수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20대 대선에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과 선대본부후보특별고문을 맡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러한 최근의 행보를 고려하면 현재는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015년 5월 당시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5월 당시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전 일각에서는 "적자난이 지속되는 만큼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센 정치인이 사장으로 선임되는 게 낫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측근이 사장으로 오면 정부·여당의 비판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 본사가 전남 나주에 있는 만큼, 김 전 의원이 호남(광주광역시) 출신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에너지분야 경험이 없는 부분은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 한전 사장 응모자격도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강조한다. 한전은 응모자격 중 하나로 '경영·경제와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력을 소유하신 분'을 명시하고 있다. 한전 사장 심사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중요시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캠프' 출신 비전문가들이 잇따라 공기업 수장으로 임명된 것도 여론적으로는 부담이다.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모두 국회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캠프' 인사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윤석열 캠프'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 

김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오히려 한전 사장 후보로 지원한 김 전 의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별로 설치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운영위원회에 인사를 추천할 때 '해당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인사를 천거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전 내에서는 정치인 출신 사장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비전문가 인사를 우려하는 기류도 읽힌다. 

한전 관계자는 14일 <한스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부에서 딱히 차기 사장 후보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비전문가보다는 전문가가 오는 게 낫다는 얘기는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인 출신이 오면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기 수월하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에선 오히려 사장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정치인 출신 사장에 대한 여론은 정치적 성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전 사장 후보자는 임원추천위원회의 공모·서류심사·면점 등을 통과하면 산업부에서 3~5배수로 추린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인사 검증·심의·의견을 거쳐 산업부에서 최종 후보자를 통보하고 이사회·주주총회를 거쳐 산업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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