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녹색산업 투자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 우려 
OBR 보고서 "수낙 정부, 넷제로 의제 수용하지 않으면 경제 재앙" 
토리당 의원 "더 많은 육상풍력 발전소 위해 계획·제도 개혁해야" 
영국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100개 이상의 에너지기업은 리시 수낙 영국 총리에게 '친환경 의제에서 물러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토리당의 알록 샤르마 의원은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육상풍력발전 확대"를 언급했다. 
영국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100개 이상의 에너지기업은 리시 수낙 영국 총리에게 '친환경 의제에서 물러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토리당의 알록 샤르마 의원은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육상풍력발전 확대"를 언급했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영국 에너지 기업들이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에게 친환경 의제에서 물러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영국이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가스에 의존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의 최대 에너지 기업 100여 곳 이상이 이번 주 수낙 총리에게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에너지 업계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수낙 정부의 엇갈린 메시지에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영국의 대기업들은 며칠 내로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런던의 관청가)에 서한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들은 수낙 정부가 친환경 의제에 소극적일 경우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수낙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려는 움직임은 영국예산책임청(OBR)의 보고서와도 관련이 있다

'경제에 대한 재정 위험'을 다룬 이 보고서는 영국정부가 넷제로(Net Zero) 의제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으면 환경 위기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영국이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가스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약 3270억 파운드(543조 4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영국 정부는 225억 파운드(37조 3700억원)만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OBR의 리처드 휴즈 의장은 "영국은 이미 도매 가스 가격 변동에 노출돼 있으며, 이미 상당한 재정적 비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휴즈 의장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가격 변동 등으로 인한 충격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중 2~3%의 재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 부채 이자 비용과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반복적인 가스 가격 급등은 2050년까지 공공 부채에 GDP의 약 13%를 추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완료하기 위한 공공 투자 총 비용에 대한 추정치인 GDP의 6%보다 약 2배나 많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 "영국은 가스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북해 매장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외로부터의 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고서는 추가 가스 가격 급등을 적용한 시나리오에서 대규모 가스 수입국인 영국이 향후 무역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난방과 전기를 모두 가스에 의존하는 가정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토리당 내에서 '친환경파'로 알려진 알록 샤르마(Alok Sharma) 의원과 크리스 스키드모어(Chris Skidmore) 전 에너지부 장관이 OBR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정부가 넷제로 의제를 완전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샤르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더 많은 육상풍력 발전소를 허용하기 위해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계획·제도를 개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OBR 보고서에 따라 에너지시스템에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게 배치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가정용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미래의 '화석연료 가격 대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빠른 방법은 정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 형태 중 하나인 육상풍력 발전이 더 많이 건설 될 수 있도록 계획과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키드모어 전 장관은 OBR보고서에 대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환경 위기뿐만 아니라 미래에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파괴적인 현실을 강조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획기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런던 다우닝가 9번가에서 열린 공공 부문 임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런던 다우닝가 9번가에서 열린 공공 부문 임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낙 총리와 그랜트 샤프스((Grant Shapps)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3월 '에너지 안보의 날'을 개최하고 영국 정부의 친환경 전략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에 재생에너지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육상풍력 터빈 건설을 허용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수낙 총리의 공약 대신 탄소 포집·저장(CCS)에 대한 투자 계획이 담겨 있는 부분도 주목했다. 

가디언은 올해 영국에서 건설된 육상풍력 터빈의 수가 우크라이나보다 적다며 "육상풍력 터빈 건설에 대한 수낙 총리의 공약이 (CCS 투자로) 유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도 영국 정부의 친환경정책에 대해 시들한 평가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 정부 독립 자문위원회인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최근 영국 정부의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향후 계획에 "진전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토리당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수낙 정부가 해외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행동이 느리고, 한때 영국이 주도했던 분야에서 이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리당의 하원 의원이자 하원 환경감사위원회 위원장인 필립 던(Philip Dunne)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태양열 발전소부터 육상풍력, 조력, 부유식 해상풍력까지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노력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노동당 대표를 맡았던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의원은 에너지기업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수낙 총리와 여당인 토리당을 비난하는 이유는 "국가 경제 자해 행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OBR 보고서)가 영국을 비싸고 불안정한 화석연료에 가둠으로써 미래의 에너지 충격과 기후위기로 인해 급증할 비용을 영국 국민에게 부과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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