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RA 1주년 기념행사, 백악관서 개최 예정
양극재, '구성 소재' 분류... 對미 수출 '177.8%' 껑충
전기차 업계, '리스차 세액공제' 덕에 한숨 돌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이 오는 16일 1주년을 맞이한다. 법안이 시행될 당시 한국 산업계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한국산 전기차와 양극재의 대미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IRA법은 오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법안 가운데 하나다. 친환경을 내세운 IRA법안은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 등에 총 400억달러(약 53조184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전기차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된 자동차에는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97만원) 세액 공제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 전경. / LG엔솔 제공

◆ 'IRA 날개 단' 양극재...'구성 소재' 분류·북미공장 가동 한몫

IRA 시행 이후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양극재 수출액은 18억3600만달러(약 2조4392억원)로, 지난해(6억6100만달러)보다 177.8% 뛰었다.

특히 양극재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하반기 매달 1억달러(약 1330억원) 중후반을 오가며 호조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2억달러선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 3월에는 3억2600만달러(약 4333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법안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절반 이상 제조, 조립돼야 한다. 다만 지난 3월 미국 재무부가 추가 지침에 양극재·음극재를 '구성 소재'로 분류하면서 양극재 업계의 숨통이 트였다. 구성 소재로 분류된 핵심광물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미 합작 배터리 공장의 가동도 양극재 수출 증가에 한 몫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북미 배터리 공장을 신설, 증설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먼저 LG그룹은 배터리 공장으로서 최대 규모인 55억달러를 투자,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워,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에 연산 40~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은 바있다. 

삼성그룹은 GM과 함께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에, 30억달러를 공동투자할 계획이다. SK온은 'SK 배터리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9.8GWh의 배터리 제1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양산에 들어갔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양극재 공장의 미국을 포함한 해외 이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RA의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북미 직접 생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전기차들(오른쪽부터 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GV60)이 다보스 인근을 순회하며 부산을 알리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전기차들.(오른쪽부터 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GV60) / 현대차그룹 제공.

◆ 전기차 업계, '리스 예외' 조항으로 IRA 극복

IRA법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한 전기차 업계 역시 대미 수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 구매에만 보조금이 주어진다. 이에 한국 전기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테슬라의 동급 모델과 가격 차이가 1000만원 이상 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수입은 법안 통과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 수입은 2022년 6월~2023년 5월 사이 32억달러(약 4조261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월~2022년 8월 기록한 18억달러(약 2조3964억원)보다 1.7배 늘어났다. 

연구에 참여한 채드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이후 수입 감소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스 차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리스차량에 대해서는 법안 요건과 관계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미 재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리스 차량은 예외를 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된 한국산 전기차 중 리스 비율은 2022년 2%에서 2023년 2월에는 18%로, 4월에는 40%가 넘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 양사 합산 친환경 차량 판매량은 지난 7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7월 전기차 판매량은 1만385대로, 처음 월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5월(8105대)부터 6월(8835대), 7월까지 석달 연속 판매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다만 리스 차량에 대한 예외적 허용이 미 의회의 불만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브라운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외국산 전기차가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미국 제조업의 강화와 핵심광물·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춘다는 IRA법안 취지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회 불만에도 현대차그룹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조지아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착공식이 열렸다. 총 105억달러(약 13조9713억원)가 투입된 전기차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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