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로사톰, '24년 8000만톤 운송 전망..."내년 초 북극에서 아시아로 LNG 연중 항해 시작"
동아시아-유럽, 수에즈운하보다 7000km 줄어 약 30일 일정 단축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 연합뉴스 제공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난 2021년 수에즈운하가 막히자 유럽향 해상운송은 '일시정지'상태였다.  수에즈운하는 기존 유럽항로의 필수 코스였지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북극해항로(NSR)'가 대체 항로로 열리기 시작했다. 이에 서방 제재로 바닷길이 막힌 러시아는 북극해항로를 새로운 돌파구로 찾았다.

러-우 전쟁을 이유로 유럽연합(EU), 미국 등이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제재하자 러시아는 북극해항로(NSR)로 방향을 틀어 원유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자회사이자 러시아 무르만스크항의 운영사인 아톰플롯(Atomflot)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NSR 항로를 이용한 운송량은 2012년 380만톤에서 3500만톤으로 대폭 증가했다. 향후 NSR의 운송기간과 운송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2024년 운송량이 8000톤으로 약 2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NSR은 유럽과 아시아간 거리를 수에즈운하 항로인 2만1000km보다 7000km를 단축해 왕복 항해기간의 약 30일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수에즈운하 통행료도 절약할 수 있어 유럽항로를 이용하는 선사들에게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항로이다. 과거 NSR은 두꺼운 얼음으로 항로 오픈기간이 초여름에서 가을로 단기간에 불과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면적이 얇아지며 항로 오픈기간이 최장 88일을 기록하자 NSR을 새로운 무역항로로 활용하는 선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에 가장 인접한 국가인 만큼 NSR 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로스아톰은 '북극해운송회랑(NTC) 프로젝트'를 추진해 2030년까지 무르만스크지역에서 캄차트카까지의 수송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는 2026년 북극운송회랑 경유 유럽과 아시아간 교역이 연간 50만TEU가 운송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NSR항로는 러시아와 중국을 더욱 밀접하게 만들고 있다. NSR을 이용할 경우 러시아에서 중국 북부로 운송하는 발트해 항로의 30% 이상을, 무르만스크 항로의 약 45%를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러시아는 올해 아프라막스(Aframaxes)급 'NS Arctic'호와 'Primorsky Prospect'에 각각 75만배럴의 우랄유(Urals)를 싣고 중국 북부로 운송했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러시아는 중국으로 최소 6척의 유조선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중개업체인 깁슨쉽브로커(Gibson Shipbrokers)는 "무르만스크의 해상원유수출량은 현재까지 하루 약 325kbd로 비교적 적은 양이지만, 그중 절반인 150kbd가 중국으로 운송됐다"며 "평소 발트해를 통해 중국으로 운송되는 원유량이 230kbd이라는 점과 단축된 거리 및 시간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양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항로는 지구온난화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여서 러시아 원유 유조선의 톤마일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러시아에서 NSR을 통해 항해한 87kbd의 원유 수출량은 월간 최대 수치"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2024년 초부터 북극에서 아시아로 액화천연가스(LNG) 연중 항해를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다. 로스아톰 관계자는 "러시아 최대 독립가스 생산업체인 노바텍(Novatek)과 내년 초 NSR 동부에서 아시아로의 연중 항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해항로 개방으로 직접적인 이득을 볼 동아시아 국가들 중 중국은 지난 7월 자국의 해운회사 신신해운(Xin Xin International Shipping)을 통해 '신신티엔1호(Xin Xin Tain1)'호와 '신신폴라베어(Xin Xin Polar Bear)'호' 등 5척의 내빙 컨테이너선박을 NSR에 투입해 유럽과 러시아로 운송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2023~27)'를 수립해 북극해 항로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계획을 통해 정부는 북극항로 운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극에서 컨테이너 운송이 가능한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을 개발해 HMM 등 국적 선사들이 북극항로에서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지난 2월 정부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북극항로 개발에 맞춰 '국적선사 북극항로 진출기반 조성을 위한 북극해운정보센터구축 및 운영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매년 '북극항로 국제세미나' 등을 개최해 우리 기업의 북극 자원개발·수송 사업 진출 지원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최신 정보 공유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통해 향후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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