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1개 주요 제조업의 현황을 한 눈에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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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11개 제조업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발간돼 화제다.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부는 지난 8월 25일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거론하고 있는 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조선 △석유정제 △석유화학 △기계장비 △전기장비(이차전지 포함) 등, 11개 대표 제조업으로 우리나라 산업과 수출의 주역들이다.

보고서는 각 업종마다 지역별 생산현황(생산 점유율·공장 소재지), 생산품의 국가·제품별 수출,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의 수입 등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여건 변화에 민감하고, 주요 제조업의 국내 생산 거점도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다. 따라서 국내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우리 경제가 업종별·지역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가늠하기 위해선 이와 같이 정리된 자료가 유용하다.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앞서 11개 주요 제조업 업종 중 단연 손꼽히는 부문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총 생산액 규모에서도 178조 7000억원으로 11개 제조업 업종 중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이 183조 1000억원으로 10.3%를 차지하며 반도체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나 수출액 규모 면에선 단연 국내 최대 산업이 반도체다. 반도체의 부가가치는 118조 7000억원으로 18.5%이다. 여타 10개 업종 중에서 부가가치가 전체 대비 10%를 넘는 업종은 없다. 수출 역시 2022년 기준, 1427억달러로 20.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분야별로 상이하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022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글로벌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 기업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에 반해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는 미국·대만·유럽 기업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심 양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생산공장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화성·평택·기흥에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천에 공장이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생산 점유율이 80.7%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수도권과 충청권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96.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들 두 곳을 제외하면 타 지역의 주요 반도체 공장은 호남권에선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공장, 경븍권에서는 SK실트론 구미공장이 대표적이다.

2022년 기준, 반도체 산업의 총 수출액에서 대중국 수출이 758억달러로 53.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잇는 것이 베트남(163억달러, 11.4%), 미국(136억달러, 9.6%), 대만(128억달러, 9.0%) 순이다. 제품별로 보면 메모리칩의 수출이 618억달러로 43.3%를 차지하는 등, 가장 비중이 높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은 2022년 총 467억달러였는데,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소재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23.1%이며 일본이 21.4%이다. 전력공급장치인 슈퍼캡은 중국에서 91.5%를 수입하고 있으며 폴리이미드필름은 일본에서 89.9%를, 웨이퍼코팅제도 일본에서 89.4%를 수입하는 등, 특정국 의존도가 높다.

제조장비는 미국(23.3%), 일본(23.3%)의 의존도가 높은데, 특이점은 ASML사의 EUV 노광장비가 독점이기 때문에 네덜란드(22.8%)로부터 수입 비중도 높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손꼽히는 자동차 부문은 판매량 기준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3위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필두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2022년 기준 판매량은 684만 5000대로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의 뒤를 잇고 있다. 또한 국내 생산량은 376만대, 해외 생산량은 357만대로 비슷한 규모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한국지엠 창원공장 등이 위치한 동남권의 생산량은 전체의 40.8%이다. 또한 기아 화성·광명공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KG모빌리티 평택공장 등이 위치한 수도권도 35.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와는 달리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위치한 충청권도 8.8%, 기아 광주공장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 등이 위치한 호남권도 14.7%를 점유하고 있는 등 전국 곳곳에 고루 생산시설이 산재돼 있다. 특히 완성차공장 인근의 자동차부품 기업까지 고려한다면 자동차 생산망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봐도 좋다.

자동차는 수출이 222만대, 541억달러 규모로 내수판매인 117만대보다 훨씬 큰 규모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222억달러, 41.1%로 가장 수출 비중이 높다.

자동차부품 수입액은 90억달러 규모로 실제 완성차 수출 규모에 비해 작다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47.4%로 높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이 와이어링하니스 생산을 중단하며, 덩달아 국내의 자동차 생산도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발간 후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게시했는데, 불과 열흘 만에 조회수가 2만 4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통상 많은 보고서들이 수천 건 조회에 그친 것에 비하면 뜨거운 관심이다. 이번 보고서 이전에 가장 관심이 높았던 자료는 지난해 10월 19일 게시된 ‘2021년 기업경영분석 결과(해설 및 통계편)’ 보고서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대외 커뮤니케이션 강화 차원에서 블로그 게시물 업데이트를 확대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책자 발간을 소개하는 블로그 게시물은 조회수가 2만 7000건을 넘어서는 등, 반향이 만만치 않다. 바로 직전 게시물인 ‘기업이윤과 인플레이션: 주요국과의 비교’를 지난 8월 1일 업데이트됐는데, 조회수 1만 4000여 건에 그치고 있는 점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보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는 점은 일단 다루고 있는 내용 자체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5%로 이는 최근 10여 년 사이 꾸준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과 같은 특정 서비스업종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곳들의 경우 어려움을 면치 못했으나, 제조업 기반이 고루 갖춰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충격흡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공급망 이슈 등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역시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특히 주력 제조업 업종들이 내수보다는 수출을 중심으로 산업이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다루고 있는 내용이 중요하고 관심거리인 것과 별개로, 지도와 그래프, 이미지 등을 활용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 한 눈에 전달된다는 점 역시 호평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중 갈등 심화, 각국 정부의 산업·통상정책 변화 및 기후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제조업 구조 및 교역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역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 및 공급망 다변화, 친환경 전환 등 구조적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며 “그러나 생산기술 격차, 생산비용 상승, 국가·기업 간 신뢰관계 구축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으며, 업종·지역·공급망별 특성에 맞는 중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이 책자가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공급망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 대응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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