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후 공급 차질 우려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한때 12% 급등
호주 서부에 있는 셰브론의 휘트스톤 LNG 플랜트 / 연합뉴스
호주 서부에 있는 셰브론의 휘트스톤 LNG 플랜트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호주의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이 8일(현지시간) 오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호주산 LNG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대기업 셰브론이 서호주에서 운영하는 휘트스톤과 고르곤 가스전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했다고 노동조합 관계자가 밝혔다. 노조는 당초 전날 아침부터 파업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호주 당국이 막판 협상을 중재하려 개입하면서 시작 시점을 두차례 미뤘다.

노사는 임금과 고용안정, 초과근무와 셰브론 사업장 간 인사이동 관련 규정 등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두 플랜트 시설 노조의 연합인 오프쇼어 얼라이언스는 노조가 협상에 성실히 임했고 사측에 기회를 많이 줬으나 사측이 물러서지 않았다며 "게임은 시작됐다. 숙련된 인력이 부족해지면 셧다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셰브론은 노조가 업계 평균 수준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회의와 조정에도 주요 조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면서 파업에도 "안전하고 믿을만한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분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하루 최대 11시간까지 조업을 중단하며 초과근무 및 기타 업무수행은 금지된다.

부분파업은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며 이때까지 임금과 근무조건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뒤이어 2주간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장에서 파업이 시작되면서 LNG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시장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장 중 한때 12%가량 치솟았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호주산 LNG의 주요 구매자인 아시아 국가들이 일차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는 호주 LNG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순이라고 전했다.

유럽은 호주에서 가스를 거의 수입하지 않지만 파업으로 아시아 시장에 공급 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는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장 상황이 혼란한 가운데 가스 비축량을 상당 부분 보충했지만, 이번 파업으로 혼란이 가중되면 아시아에서의 강한 수요와 맞물려 공급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향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북반구 겨울철 성수기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다만 당장은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소비량이 미미해 이번 파업이 LNG 출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이번 파업이 실질적인 생산 차질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사울 카보닉은 이번 파업이 셰브론의 실질적인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합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면적인 시설 폐쇄는 장기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그런 상황은 서호주에서 에너지 위기를 야기하므로 호주 정부가 파업을 중단시키려 개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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