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란 등 주요 산유국 대응 주시 중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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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하마스를 필두로 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무력 충돌이 본격화하며 사태 확산시 유가 변동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은 이번 사태가 시작된 현지시간 7일 주말 휴장에 들어갔다. 따라서 9일 개장 이후 유가 변동 흐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산유 지역이 아니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랍 세계 ‘공적(公敵)’ 취급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기에 사태 확산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당장 레바논 내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점령지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 역시 이에 대응해 폭격으로 맞섰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같은 무장세력의 배후에는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분쟁이 시작되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일 300만배럴을 넘기고 있으며, 이중 200만배럴에 육박하는 양이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미국 바이든 정권이 대이란 제재의 고삐를 늦췄기 떄문이다.

이번 사태가 인계철선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분쟁이 본격화한다면, 미국의 이란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또 이럴 경우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의 국제 유가는 100달러 이상까지 인상될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시장은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 사태를 야기했던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역시 주목하고 있다. 1973년 당시 유대교 안식일을 틈타 이집트와 시리아를 주축으로 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아랍 석유수출기구(OAPEC) 회원국들은 일제히 유가를 약 70% 인상했으며, 금수조치도 단행했다. 석유파동의 직접적 원인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50년 전 전쟁과 같은 시기며, 유대교 명절의 안이함을 틈타 기습이었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해 국제 정세는 좀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분쟁은 우선 2000년대 들어 타 국가와는 소강 상태에 접어든지 오래며, 주로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960년대부터 지속된 전쟁으로 아랍 국가들의 국력은 대단히 피폐해진 상태며, 쿠데타와 내전 등 내부 혼란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소련의 패권 경쟁의 대리전 무대였던 중동에서 주로 군사적 원조나 무기 판매 등으로 파국을 부추기는 양상이었던 모습도 바뀌었다. 미국의 국제 헤게모니 장악의 경쟁자가 중국으로 바뀌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외려 중동지역 안정을 위한 중재자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자 경제·군사적으로 현재 아랍 세계 맹주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도 본격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물론 세 번째 집권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강경 대외·대내 정책이 종국엔 어떤 결론을 불러왔을지는 미지수다. 하마스 역시 정치·종교적 명분은 차치하고서라도, 경제적 실리를 전혀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중들의 지지도가 급락하자 계란으로 바위치기 심정의 공격을 감행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과거의 분쟁들과 달리 스마트폰과 SNS 등으로 사태의 참상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며 국제 여론 역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사태 확산의 명분이 적다는 의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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