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무강도는 막중, 차별적 보상은 찔끔...MZ세대 흥미 잃은 공직
실업급여 상담 창구 /연합뉴스
실업급여 상담 창구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업무 스트레스는 심한데 금전적 보상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조직문화도 구닥다리라, 공직사회가 MZ세대가 꺼리는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때는 이 직장이 안정적인 직업이기에 ‘철밥통’ 소리를 듣던 세계였다.

공직사회가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내부구성원들의 연령 비율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은 물론,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직이 이어지며 최근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경기 이천시)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직기간 1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 2018년 951명이었던 것이 지난 2022년에는 3123명으로 3,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30세대 퇴직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2030세대 퇴직자는 이전의 5761명에서 1만 1067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년 꾸준하게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사혁신처가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무원 퇴직의 주된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 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송 의원은 “저연차·2030 직원들의 퇴사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새정부 출범에 따라 변화에 부합하고 젊은 공무원들이 공감 가능한 공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연금 수지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공무원 당사자들은 ‘더 내고 덜 받고, 수급시기도 늦추는 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회적합의’란 명목으로 강요받은 불이익이었는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연금 지급시기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기로 한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튼 이와 같은 ‘개혁’ 이후 정부 보전금 규모는 2조원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최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공무원의 고용주인 정부가 부담금을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들이 안정적으로 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중 하나가 공무원연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하는 최근의 풍조에 공직사회는 영 발을 맞추지 못하는 것처럼 비치기 일쑤다. 어떤 조직이든 가장 중요한 ‘허리’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세대들이 줄지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점은 문제다. 향후 조직의 미래를 기대해야 할 신입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떠난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웃지 못할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익명게시판에는 ‘중국산고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는 중소기업벤처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부처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일 많고 힘들어 기피 부처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 역시 눈에 띄게 시들해진 모습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평균 경쟁률은 22.8:1에 그쳤다. 여전히 높은 경쟁률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40:1에 육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게다가 민원 응대 등으로 힘들다고 평판이 자자한 고용노동부·병무청·우정사업본부 같은 부처는 평균 경쟁률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5급 행정고시 일반행정직 수석합격자가 해양수산부에 지원해 배치된 점 역시 극명하게 세태의 현실을 보여준다. 차석합격자도 농림축산식품부를 지원했다.

본래 행시 상위권 합격자들은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한 경제부처에 배치되는 게 상례였다. 결국 부처의 위상과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권 공직 역시 마찬가지 추세다. ‘꿈의 직장’ 중 하나인 한국은행도 이런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국회 기재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구갑)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 기준 중도 퇴직자 80명 중 52명이 청년 직원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다르지 않다. 정무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취업을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는 올해 상반기 28명에 달했다. 2014년 당시엔 불과 3명이었다. 이것이 지난해까지 3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층이 온통 공무원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가 굳어진다면 결국 정부와 지자체 등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혁신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공직사회 내부일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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