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묵은 논란 재점화 이유는...검찰 수사 진행 중 여야 공방 격화
12일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형일 통계청장 /국회방송 갈무리
12일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형일 통계청장 /국회방송 갈무리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통계청 ‘통계조작' 논란을 두고 여야 기재위원들이 국감장에서 성토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반으로 거슬러올라간 해묵은 논란이다.

2023 국정감사 일정을 앞두고 9월 15일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를 진행하고,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여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하였다"라며 “이에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22명)에 대해서는 9월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였다"고 중간발표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등 지난 문재인 정권의 정책 성과와 부동산 정책 과실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의 입장대로라면 국가통계 신뢰성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문란이 아닐 수 없다. 민법이나 형법 수준이 아니라 헌법의 중요사항을 부정하거나 위반하는 등의 수준이란 말이다.

그에 반해 야당은 “전 정권 흠집내기를 위한 표적감사"라고 주장하며 국기문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12일 오전 시작된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3일째 일정은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이 대상 기관이지만 여야 위원들의 질의와 질타의 포문은 이형일 통계청장으로 쏠렸다. 기획재정부 3개 외청은 통상 국감 일정 때 크게 부각될 일이 없는 피감기관이다.

해당 이슈가 본격적으로 여야간 정치쟁점화되기 시작한 발단은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을 경질하면서부터다.

이형일 청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경제수석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황 청장 경질 시점에는 박근혜 정권 당시에 미국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 근무 중이었다. 통계청장으로 부임한 것은 올해 7월로 자리에 앉자마자 해묵은 난제를 마주한 것이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크게 △가계동향(소득) △주택가격 △비정규직 관련 등의 통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나타났다. 여야 주장 어느 쪽이 맞든 간에 국가기강의 신뢰가 흔들리는 결론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이 됐다.

물론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정치권의 의무라 할 수 있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숙고는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와 통계 양 분야 모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라며 “이미 정치적인 프레임이 씌워진 상태에서 개선된 통계자료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내부의 노력이 곡해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감사원이 지적한 가계동향조사는 무엇?

감사원이 중간결과 발표에서 ‘조작' 행위라고 지적한 것 중 하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관련한 부분이다. 통계청은 매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근로소득 등)과 소득5분위별 소득 동향 등의 가계동향조사를 작성해 공표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가장 오래된 통계조사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국전쟁 중인 1951년부터 1962년까지는 한국은행이 국민의 소비수준 측정을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1963년부터는 현 통계청의 전신인 당시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지난 2016년까지는 가계소득과 지출을 분기별로 동시에 조사했다. 그런데 2017년과 2018년은 소득부문은 분기통계로, 지출부문은 연간통계로 나눠 공표했다.

그런데 표본 조사 방식인 소득부문 통계는 가령 조사 대상자가 고소득자인 경우, 정보 노출을 줄이기 위해 응답내용을 임의로 줄이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그 정합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계청은 이와 같은 소득과 지출을 모두 포함한 가계동향조사를 2017년까지 발표하고, 2018년부터는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연 단위로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일원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50년 역사를 가진 국가통계를 중단한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결국 이 문제는 제대로 공론화되지도 못한 채 통계청이 조사를 유지하기로 입장을 번복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를 통계청 밖 정치상황에 빗대어 다시 살펴보자면, 박근혜 정부가 가계동향조사를 폐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부활시켰다.

이 과정에서 ‘표본 조사' 방식임을 감안할 때 표본 수와 이를 보정하기 위한 작업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가령 2017년 조사에선 표본 가구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든지, 신규 표본이 표집되지 않은 채 간이조사 수준에 그쳤던 것과 달리, 2018년 가계동향조사 복원이 결정되면서는 갑자기 신규 표본이 늘어났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임의로 가중치를 적용해 가계소득을 전년동기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작했다"라는 대목에서 ‘가중치'란 바로 이런 표본 조사 방식의 한계를 보정하기 위한 작업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대목 역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까닭은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몇 배인지를 의미하는 소득5분위 배율의 수치가 악화되자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차피 전 정권에서 폐기하기로 한 국가통계를 부득불 복원시켜 굳이 조작까지 했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는다.

12일 기재위 국감에서도 야당 위원들이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특별시갑)은 “굳이 폐기될 항목을 굳이 조작할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라며 “전수조사는 불가능하고 표본조사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통계 내용으로 정치적으로 다루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통계청장이 업무보고 계획에서 발표한 “청 미래계획인 실험적 통계 분야 개발 등의 업무추진을 향후 직원들이 수행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당 위원들은 ‘조작'을 전제하고 청장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가중치 적용 등과 같은 조작 행위가 당시 통계청장의 재가를 패싱하고 이뤄진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냐"고 질의하며 “통계청 업무보고 및 개선사안에 통계 조작 방지를 위한 자구노력 계획 등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형일 통계청장은 주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이후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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