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경협, 기업 조사 결과 ‘모호한 공시 개념’에 따른 우려 커
4대그룹 평균 자회사 140개, 42개국 진출... 나라마다 기준 제각각
“주요국 동향 살피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는 16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의무공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 한경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는 16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의무공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 한경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국내 ESG 공시 의무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는 16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의무공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다 공시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준비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부실한 공시는 향후 법률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가이드라인 부재로 혼란... 법률리스크 우려도

국내에서 검토 중인 ‘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단계적 시행안’과 관련해 한경협은 의무공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 ‘모호한 공시 개념과 명확한 기준 부재’(6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데이터 확보 애로(27.8%) △촉박한 의무공시 일정(22.2%) △신뢰성 있는 제3자인증기관 부재(16.7%) △기타(5.6%) 순이다.

한경협은 “사업에 대한 과거 성과를 공시하는 재무제표와 달리, ESG 공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영향을 보고하는 미래지향적 성격을 가진다”면서 “이는 대부분 기업에 새로운 제도로, 정확한 기준 마련이 필수다. 현재는 국내 기준은 물론 국내 ESG공시 기준의 참고가 될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 번역본도 나오기 전이라 기업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시기준이 확정된다 해도 2025년 공시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경협은 “2025년 공시 시행 시 2024년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는데 적어도 1년 전에는 세부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실무적 시스템을 갖추고 검증 시간까지 고려하면, 세부기준 확정 후 최소 2년 이상은 소요되기에 2025년 시행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경협은 “해외 사업장이 ESG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 위치할 경우 연결 기준 데이터 수집이 어렵고 신뢰성 확보도 어렵다”면서 “더구나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ESG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 진출한 비중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해외진출 지역으로는 동남아대양주가 50.5%고 가장 많고, 뒤이어 중국(20.2%), 유럽(7.1%), 북미(6.3%) 순이다. 동남아대양주 진출법인 중 생산법인 비중은 46.4%다.

전문성을 갖춘 내부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한경협은 “전담부서뿐 아니라 재무‧환경‧IR 등 유관 부서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조차 전사적 준비를 최근에 시작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및 협력사 등의 ESG 관련 인식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기후공시를 위해 탄소배출량 검증을 수행할 전문 검증업체는 15개, 자격증 보유자는 300여명에 불과하다”며 “단시간 내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 인력 확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리한 산업구조와 법률 리스크도 기업의 우려사항 중 하나다. 한국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구조인 반면 신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은 주요국 대비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한경협은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산업 비중이 높아 공시에 따른 부담이 EU 국가 등에 비해 크다”면서 “2022년 기준 한국의 전력 생산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8.1%로, 40개국 중 35위에 불과하고, 경쟁국 대비 1/5~1/3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시 의무화시 사후적으로 발생한 ESG 이휴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사전에 이뤄진 정부가 부실 공시 였다는 이유로 소송 등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더욱이 공시 범위가 협력사와 같은 기업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경우 법률 리스크가 현저히 커진다”고 우려했다.

한경협은 ESG 공시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주요 국가들의 시행 시기를 고려해 국내 상황에 맞춰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무화 시행 전 기업의 자율적 공시를 독려하고, 의무화 이후에도 시범 시행 및 면책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중요 ESG 리스크를 선별·공시할 수 있도록 OECD 지침 등을 참고해 전사적 지속가능성 실사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장기전략목표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윤 CSR본부장은 “지속가능경영 확산을 위해 ESG공시 확대 추진 방향은 공감하나, 국내 여건에 맞는 공시제도 전략이 필요하다”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주요국 동향은 살피면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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