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 기자./
김정연 기자./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마약 청정국’으로 일컬어졌던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마약약 사건이 끊이질 않는 나라가 됐다. 10대부터 현직 경찰까지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마약에 스며들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서 올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 2700명으로 지난해 전체 검거 건수인 1만 387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마약 범죄는 범죄행위 포착이 어려운 대표적 ‘암수범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마약 사범이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현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정말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50.8%에 달한다. 법원의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약 사범에 대한 치료 대책은 허술하다. 의료진 부족과 재정적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6월 기준 전국 마약 치료 지정병원 24곳 중 16곳은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최근 3년간 치료 실적이 없는 병원도 12곳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2곳(인천 참사랑병원, 경북 국립부곡병원)뿐이다. 그러나 인천 참사람병원마저도 폐업을 고민한다며 재정 위기를 호소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2075명의 단순 투약 사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중 치료 명령을 함께 부과한 건수는 15건에 그쳤다. 즉 이들은 다시 자유롭게 약을 찾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지게 된다. 

애써 검거한 사범들이 아무런 치료·재활 없이 풀려난다면 마약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투약과 검거, 재투약과 재검거가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법원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마약 전문 변호사인 박진실 변호사는 “현재 한국 법원은 마약 범죄와 관련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데, 재범 방지 등을 위한 ‘치료 사법’ 측면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마약 법원 제도를 도입해 마약 투약 사범을 판사의 감시하에 치료를 받도록 유도한다. 법원은 형벌을 선고하기 전, 투약 사범에게 치료를 명령하고 1년 6개월간 이를 제대로 이수하고 약을 끊는 데 성공한다면 기소 유예를 선고한다. 물론 투약 사범이 치료 프로그램에 충실하지 않으면 구속하거나 기소를 개시하게 한다. 

실제 미국의 마약 법원 수료자는 기존 투약 사범과 비교해 재범률이 3배 낮다. 또 사회적 비용도 줄었다. 펜실베이니아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지난 17년 동안 마약 투약자 1000여 명을 교도소 대신 마약 법원으로 보내 예산 285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마약 문제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있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예방·단속·처벌·치료 등을 아우르는 방안을 강구해 마약과의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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