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1회초 kt 선발 투수 벤자민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1회초 kt 선발 투수 벤자민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위즈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맞붙는 한국시리즈(7전 4승제ㆍKS) 3차전은 시리즈 분수령이 될 중요한 일전이다.

LG와 KT는 KS 2차전까지 1승 1패로 맞섰다. KT가 1차전에서 3-2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나 2차전에선 LG가 5-4 역전승을 거둬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3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우승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역대 KS에서 1승 1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뒤 먼저 2승째를 올린 팀은 85% 확률(20번 중 17회)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3차전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첫 KS 경기이기도 하다. KT는 2021시즌 KS에 진출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척돔 중립 경기를 치렀다.

KT는 여러모로 중요한 3차전에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웨스 벤자민(30)을 선발로 내세운다. 이강철(57) KT 감독과 염경엽(55) LG 감독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2차전이 끝난 뒤 각각 3차전 선발로 벤자민과 임찬규를 예고했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벤자민은 올 시즌 29경기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로 활약했다. 그는 5일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이닝 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이번 KS에서 LG 타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투수다. 그는 이번 시즌 LG를 상대로 ‘좌승사자(좌타자+저승사자)’와도 같은 면모를 뽐냈다. LG전에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올렸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0.68, 피안타율은 0.165에 불과했다. 특히 벤자민은 LG가 자랑하는 막강 좌타 라인을 꽁꽁 묶었다. 박해민, 오지환(이상 33), 홍창기(30) 모두 벤자민을 상대로 타율 0.167(12타수 2안타)에 그쳤고, 김현수(35)의 타율은 0.182(11타수 2안타)였다. 문성주(26)는 벤자민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벤자민은 "솔직히 제가 왜 LG에 강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운이 좋았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아울러 LG가 강팀이라서 더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벤자민은 차분하게 KS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KS도 정규시즌 경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친정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벤자민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텍사스는 올 시즌 창단 62년 만의 첫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우승을 이뤄냈다. 그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텍사스에서 뛰었다. “데인 더닝 등 텍사스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저도 KT에서 꼭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

KT 웨스 벤자민. /KT 제공
KT 웨스 벤자민. /KT 제공

벤자민은 평소 성실한 태도와 온화한 인품,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동료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귀감을 샀다. 팀에 대한 충성심과 희생정신도 갖췄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헌신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10월 10일 NC와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77구를 던지며 승리를 이끈 뒤 이틀을 쉬고 10월 13일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을 3탈삼진으로 막았다. 다시 3일을 쉰 뒤 10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은 참 성실하다.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벤자민은 올가을에도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을 참이다. 그는 “7차전에도 선발 등판할 수 있다. 솔직히 7차전까지 가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7차전에서도 열심히 던질 준비가 돼 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팀이 원한다면 불펜 대기도 할 수 있다”고 힘줬다.

홈 경기 등판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벤자민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첫 KS 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홈 경기여서 우리 팀 팬들이 많이 와주실 것 같다. 많은 KT 팬 앞에서 던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흥분된다. 정규시즌 때처럼 자신 있게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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