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글·애플도 납품 요건 걸어…글로벌 무역기준된 RE100
국내기업, 더는 외면 못할 분위기...재생에너지 구매 확대
RE100이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 가며, 국내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RE100이란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처하고 있다. / 한국RE100협의체
RE100이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 가며, 국내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RE100이란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처하고 있다. / 한국RE100협의체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RE100(Renewable Energy)이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자 국내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재생에너지 구매에 나서면서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처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의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사업 중심에 놓고, 협력업체까지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란 걸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흐름을 분석하던 대기업들도 이제 더 이상 RE100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RE100의 핵심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4년 13개사로 시작한 전세계 RE100 가입 기업 수는 2018년 155개, 2020년 266개, 2021년 315개, 2022년 7월 374개, 2023년 10월 421개로 증가했다. 이미 애플,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기업에게 RE100을 납품요건으로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RE100 실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3%가 고객사로부터 ESG 또는 RE100 요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SK·LG, 재생에너지 구매 적극 나서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RE100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구매에 적극 나서며 혹시 모를 RE100발 수출 규제에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대건설과 태양광 재생에너지에 대 '제삼자간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ment Agreement)을 체결하며 RE100 조기 달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가 선포한 ‘2045년 RE100 달성’ 방안 중 하나다. PPA는 전기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사는 제도로, RE100 이행 수단 중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울산공장에 태양광 재생에너지 64㎿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3만9,000톤의 탄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와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승인을 받았다. 또 글로벌 RE100 권고 목표인 2050년보다 5년 빠른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현대차는 PPA 외에도 2025년까지 국내 사업장 부지 내 태양광 자가발전 인프라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국내외 전체 사업장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방침이다. 국내 사업장의 경우, 2025년 재생에너지 10%, 2030년 재생에너지 30% 사용 달성을 위해 유휴 부지와 건물 지붕에 태양광 자가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대건설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하며 RE100 조기 달성에 힘쓰고 있다. /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대건설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하며 RE100 조기 달성에 힘쓰고 있다. / 현대차

SK그룹도 RE100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9개 계열사와 SK E&S가 재생에너지 직접 PPA를 위한 거래협정서를 체결했다. 총 용량은 연 537GWh로, 약 19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들 9개사는 SK E&S가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2026년부터 20년간 각 사 주요 사업장과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누적 5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 왔다. 최태원 SK 회장은 ESG를 기업 경영의 중심축으로 삼으며 그룹 차원의 넷 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해왔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9개 계열사와 SK E&S가 재생에너지 직접 PPA를 위한 거래협정서를 체결했다. / SK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9개 계열사와 SK E&S가 재생에너지 직접 PPA를 위한 거래협정서를 체결했다. / SK

LG이노텍도 최근 ‘2030 RE100’ 달성의 일환으로 SK E&S와 PPA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향후 20년간 연 1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SK E&S에서 구매한 재생에너지는 12월부터 LG이노텍 구미 사업장에 가장 먼저 공급된다. LG이노텍은 내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 대상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이번 첫 직접 PPA를 시작으로 ‘2030 RE100’ 달성을 위한 전략 이행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며 가입 요건인 2050년보다 20년 빠른 203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LG이노텍은 한국전력 녹색프리미엄 요금제, 구미·마곡·파주 사업장에 설치한 자가발전 태양광 설비 등으로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환율 22%를 달성했다. 직접 PPA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도 병행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추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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