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발표
CCPI 지수. / 기후솔루션 제공. 
CCPI 지수. / 기후솔루션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기후대응 수준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8일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의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했다. CCPI는 매년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새로 발표된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4순위 하락한 64위(매우 저조함)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순위인 국가는 산유국 3국(아랍에미리트·이란·사우디아라비아)이다. 

한국이 저평가된 이유에 대해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서 하향 발표된 재생에너지 목표 △석유 가스 지원의 공적 금융 △국내 바이오매스 사용률 증가 등을 꼽았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0년까지 기존 30.2%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낮췄다. 또한 10차 전기본은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을 또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인 가스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에 "한국이 파리협정 1.5°C 목표에 맞게 석탄발전과 가스발전 비중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석유와 가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공적 금융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자금 조달을 아직 종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 석유와 가스 사업에 71억4000만달러(약 9조4248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다. 전문가들은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맞출 수 있도록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과 투자에 관해서 해외 정부와 의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에 국가 차원에서 호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흐름을 따라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려면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에 참여하는 방법을 권고했다. 

지난 5일 호주와 노르웨이가 CETP에 공식 합류하면서 주요 선진국 중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투자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CETP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발표된 선언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유럽투자은행 등 40개 넘는 국가와 기관이 가입했으며 공적 금융의 재생에너지로의 투자 전환과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한국은 산업자원통상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에 따라 지난 10년간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42배 증가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발전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상당한 온실가스와 산림파괴 및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바이오매스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아 청정 재생에너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이번 기후대응지수를 낮추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한국은 10위를 웃도는 세계 경제 강국인 동시에 세계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위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기후 의제로도 한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적인 역할로 나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돕고, 공적 자금의 화석연료 투자를 끝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적 금융의 역할을 살려야 하며 이는 곧 국제적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CPI는 전 세계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3개 국가와 유럽연합의 기후대응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발표됐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4가지 부문으로 나눠 세부 평가되고 이를 종합해 최종 성적을 도출해 국가별 순위를 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느 국가도 1.5도 목표에 충족하는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돼 1~3위는 공백으로 뒀다. 

최고 순위인 4위에는 덴마크가 이름을 올렸다. △5위 에스토니아 △6위 필리핀 △7위 인도 △8위 네덜란드 등이 최상위권에 속했다. 

CCPI 저자로 참여한 저먼워치의 얀 버크 상임고문은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각국은 기존의 정책과 목표를 바탕으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OP28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두 배로 높이며, 석탄과 석유, 가스의 사용을 2030년까지 석탄, 석유, 가스의 사용을 대폭 줄이기로 한 이번 합의는 파리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평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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