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의협 총파업 반대 66%
복지부 “생명 볼모 파업 엄정 대응”
최대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장의 의대증원 반대 삭발식. /대한의사협회 제공
최대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장의 의대증원 반대 삭발식. /대한의사협회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반대를 골자로 한 총파업 설문조사를 개시한 가운데, 집권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분위기다. 게다가 여론까지 돌아서 집단행동 정당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11일부터 7일간 총파업(집단 휴진) 찬반 투표에 돌입했으며, 오는 17일에는 총궐기 대회에 나선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까닭은 필수의료 붕괴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5.9%로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의 빅5 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3곳은 내년 상반기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10명 모집 중 지원자 0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원 채우기에 실패했다.

반면 의협 등 의사단체는 단순하게 의사를 늘리는 정책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산부인과나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 필수의료과목의 낮은 ‘의료수가 개선’, 의료 사고에 따른 소송 위험 관련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을 보일 조짐을 보이자 보건의료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단체에 대한 여론은 을씨년스럽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달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의견이 83%에 달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의협의 대응에 반대한다’는 응답 비율은 66%였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6%, ‘모름·무응답’은 8%에 불과했다.

특히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에 2700여명, 2030학년도에 3000여 명의 증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정원 3058명에 육박하며 정부와 의료계 양쪽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청소년과 오프런’ 등 이미 현장에서 의사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기득권의 이권만 챙기려고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의협의 집단행동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집단 휴진에 돌입할 경우, 사실상 의료법에 저촉되는 진료 거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협은 노동조합이 아니다.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단체 행동과 관련해 정해진 법적 요건이나 절차가 있지는 않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며 “불법적인 집단 진료거부 행위에 대해선 어떤 타협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의협의 행동을 강하게 질책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출산·입원이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특히 필수 의료는 붕괴의 징후가 완연하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다른 주요국도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영국의 경우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을 1만 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이 전혀 없다”며 “따라서 의협이 파업이나 집회 시위로 힘을 자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의협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질책하며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인술인데 의료계 문제만큼은 힘 대결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선의에 기초해 풀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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