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년간 홍수 위험 지역서 인구 17% 감소 
재해 빈도, 30여년 만에 약 6배 증가..."향후 30년 기후 이주자 더 늘어날 것"
홍수 외 요인 작용에 의문도...과학자 "이사 시 환경적 요인, 후순위"
홍수로 인한 '기후 이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수로 인한 '기후 이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폭우가 잦아지면서 '기후 이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3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기후위기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에 기후위험을 알리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퍼스트 스트리트 파운데이션(First Street Foundation)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텍사스 전역을 떠나는 사람들이 20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는 미국 대표 홍수 발생 지역으로, 지난해 8월에는 24시간 동안 총 23cm에 달하는 비가 쏟아지면서 고속도로까지 침수됐다.  

이번 보고서에 사용한 모델은 미국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활용해 인구 변화를 살펴보고, 홍수 이외 일자리와 학군 등의 이주 요인을 제외했다. 특히 홍수 외에도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도 이주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홍수에 초점을 맞췄다. 홍수가 기후변화에 따라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텍사스주 남부에 있는 도시 샌안토니오와 텍사스주 주변인 벡사 카운티의 인구는 약 60만명 늘어났다. 반면 홍수 위험 지역의 인구는 약 17%가 감소했다. 

텍사스주에서 이주한 인구를 포함해 20년 동안 320만명이 홍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벗어났다. 다만 매년 이주 규모에서는 뚜렷한 하락세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먼 곳이 아닌 근처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스트리트의 기후 영향 연구 책임자인 제레미 포터(Jeremy Porter)는 성명에서 "홍수 위험이 지역 수준의 인구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분명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며 "이 결과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는 지역의 △부동산 가치 △구성원 △상업적 생존 가능성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후위기 취약 지역을 벗어나는 이들은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 늘어날 것으로 봤다. 재해빈도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소 10억달러(약 1조3016억원)의 피해를 가져온 재해 빈도는 2018~2022년까지 연평균 17.8회를 기록했다. 이는 1980년대(3회) 대비 5.9배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는 홍수와 폭우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고, 허리케인은 더욱 맹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홍수와 폭우가 발생하는 빈도와 기간은 점점 늘고 있다.

아울러 이주민이 느는 지점은 지역의 5~10%가량이 홍수 위험에 처있을 때라고 분석했다. 지역의 편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이사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번성하던 지역 성장이 늦춰지거나 심지어 쇠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보고서는 "벡사카운티에서도 홍수 위험도가 낮은 곳이 높은 곳보다 빠르게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퍼스트 스트리트의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홍수 이외 요인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수석 기후과학자인 크리스티나 달(Kristina Dahl)은 "이번 보고서 모델에서 어떤 결함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결과 대부분이 최신 과학 문헌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 모델이 홍수 이외 요소를 최대한 분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포착하기 어려운 요소들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이사를 결정하는 요인들 가운데 일반적으로 환경적인 요인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달은 "(이주를 고민할 때) 사람들은 취업 기회나 가족과 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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