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9일 금의환향했다. /인천=최대성 기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9일 금의환향했다. /인천=최대성 기자

[인천=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1억 달러의 사나이’ 이정후(25)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귀국했다.

이정후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은 이정후를 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7시 30분경 이정후가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여기저기서 플래시와 환호가 터졌다. 이정후는 카트에 'SF'(샌프란시스코)라고 적힌 대형 가방을 싣고 입국장으로 나왔다.

사진 촬영 후 바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명문 팀인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해서 영광이다"라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7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야수 최고액이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 선수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이정후는 "처음 1억 달러 이상의 입단 제의를 받았을 때 다리가 조금 풀렸다.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며 구단에서 저에게 많은 돈을 투자해주신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줬다.

샌프란시스코는 처음부터 이정후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이정후가 키움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10월10일 고척 삼성전을 직접 방문해 관중석에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말에 “많은 팀의 제안을 받았지만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단장님이 한국에 오셨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새 홈구장 오라클파크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6일 입단식을 치른 뒤 오라크파크를 둘러봤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꼽히는 구장 아닌가. 들어서자마자 거대하다, 웅장하다, 좋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오라클 파크는 다소 특이한 구조를 갖춘 구장 중 하나다. 왼쪽 폴대부터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03m로 길지만, 우측은 94m로 짧은 편이다. 대신 왼쪽 펜스가 2.4m로 낮지만, 오른쪽은 7.6m로 높은 편이라 홈런을 생산하기 쉽지 않다. 오라클파크 외야를 유심히 관찰한 이정후는 "외야 우측은 넓다. (홈런 타자라기보다는 콘택트와 빠른 발에 중점을 둔) 내 장점을 살리면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외야 좌중간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비슷해 괜찮은데 우중간은 깊고, 펜스도 높아 공이 담에 맞았을 때 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우고 싶은 기록으로는 스플래시 히트를 꼽았다. 스플래시 히트는 오라클파크의 오른쪽 외야 담장 너머 바다에 바로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말한다. 이정후는 “유명한 기록이기도 하고 저는 왼손 타자니까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빅리그 성공의 관건은 빠른 공 대처 여부다. 이정후는 빅리그 진출에 대비해 올해 초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새로운 타격 자세로 KBO리그 정규리그에 임했다가 3∼4월 타율 0.218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이정후는 타격폼을 원대대로 복구했다. 그는 "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 폼을 바꿨는데 미국에서 변화하려는 이런 내 모습을 높게 봐줬다"며 "지금 당장은 타격폼 바꿀 생각 없다 부딛쳐 보겠다. 아직 어린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출신 야수의 성공 사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형이 잘해줘서 덕을 봤다. 형이 잘해준걸 제가 망치면 안된다. 제가 잘해야 후배들이 나중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