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가 성장세 둔화 요인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차전지 산업은 2024년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차전지 산업은 2024년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내년 주요 산업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별로는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자동차, 디스플레이 산업은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공급과잉 우려로 개선의 여지가 적은 편이다.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수요가 위축돼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내 산업 업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스경제가 ‘2024년 산업전망’을 각 산업별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차전지 산업은 내년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등이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도 줄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눈에 띄는 성장세는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이차전지 수출은 글로벌 OEM사의 전기차 생산목표 하향 조정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수출에 긍정적 요인으로는 최대 수출국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수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부정적 요인으로는 주요 OEM사의 전기차 생산목표가 하향 조정에 따른 배터리 수요 하락과 미국, 유럽에서 신‧증설된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 확대로 수출물량 일부가 현지 생산 물량으로 대체될 가능성 등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2024년 경제‧산업 보고서’에서 “2024년 이차전지 생산은 원통형 배터리 공장의 신규 가동으로 하반기에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 수출 감소 영향으로 연간 1.1%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요도 중국 전기차 침투율 증가에 따른 보조금 축소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이차전지 산업 향방의 핵심

2024년 이차전지 산업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한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미국 전기차 수요가 최근 들어 갈수록 줄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등 전기차 전환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재고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분석기업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기차 재고(테슬라, 리비안 제외)는 11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인 재고량으로 4분기 연속 상승세다. 이 같은 전기차 재고 증가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요 위축세에 전기차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내년 생산 목표를 주당 3,200대에서 1,600대로 50%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 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의 전기차 생산을 연기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지역이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인데, 미국에서 수요가 줄고 있어 당분간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공급되는 자동차의 67%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하는 차량 배출가스 감축안을 발표한 만큼 미국의 전기차 중장기적 수요는 꾸준히 늘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4년 이차전지 산업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한다. / 연합뉴스
2024년 이차전지 산업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한다. /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수요와는 별개로 미국의 정치적인 변수도 이차전지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 세부 규정 초안을 발표하자 크게 요동쳤다. 특히 중국과 합작법인을 만들었거나 설립 예정인 기업의 경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등 숨 가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년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중국을 향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망 이슈 등 중국 변수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중국 의존도 줄이기도 과제

2024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로는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꼽힌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주요 원재료인 수산화리튬(87.9%), 전구체(95.3%)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핵심광물 국유화, 수출 통제, 외국기업 생산설비 투자 유도 등 핵심광물을 무기로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일부 형태의 흑연에 대해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중국은 리튬 화합물(정·제련)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국제 거래 기준통화 위안화 설정, 배터리 소재 반값 계약(CATL) 등으로 배터리 시장 패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향후 중국이 핵심 광물을 무기로 압박해 올 경우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와 이차전지 기업들은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향후 5년간(2024~2028년)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이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재활용 업체의 사용 후 배터리 보관·처리 가능 기간을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기업들이 각자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양한 루트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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