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미술품 시장 규모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조원 돌파 
하나은행, 미술품 수장고 운영…관련 금융상품 출시 예정 
금융권이 아트테크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이 차별화된 아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관한 'H.art1(하트원)' 모습. /하나은행 제공 
금융권이 아트테크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이 차별화된 아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관한 'H.art1(하트원)' 모습. /하나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권이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미술품 시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술품은 문화상품으로서 미적 효용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지적 자산화해 시장에서 가치 평가가 변동하면서 매매차익을 제공하는 투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는 최근 온라인 미술품의 판매·조각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비대면 문화가 생활화되면서 MZ세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시장 역시 거래 규모와 니즈가 급증하면서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678억달러(약 9조 5808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1년에 비해 31%가 성장한 수치이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미술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미술시장 매출액은 2021년 7563억원보다 37.2%가 증가한 1조 37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금융권은 아트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강력한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업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현실화 된 가운데 은행업의 여·수신 등이 기본인 은행업의 장벽을 넘어 다양한 생활금융 서비스를 통해 고객 편의성 증대는 물론, 신성장 동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와 예술을 결합한 '하나아트뱅크'를 출범하며 은행권에선 미술품 시장에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은행 자체적으로 두 곳의 미술품 전용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0여 점이 넘는 미술품을 보관, 관리해 오고 있다. 2020년에는 건물전체가 수장고인 서울옥션 강남센터에 골드PB 전용 점포를 오픈했으며 지난해에는 금융권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인 'H.Art1(하트원)'을 개관했다. 하트원은 작품 전시와 수장고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며 아트 관련 서비스를 은행 비즈니스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하트원과 연계해 금융권 최초로 미술품 동산관리처분 신탁을 출시했다. 금융사가 동산인 미술품을 신탁받아 처분까지 실행하는 상품은 국내에선 하나은행이 최초다. 

이와 더불어 하나은행은 다양한 미술품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트테크 플랫폼인 '트랙체인'과 협업을 통해 △미술품 전시, 홍보, 유통 등 아트뱅킹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개발 및 운영 △미술품 보유 증명을 위한 미술품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 및 미술품 신탁상품 출시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협업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구축 등을 추진한다. 

또한 미술 콘텐츠 플랫폼인 '이젤'과는 △아트뱅크 서비스 공동 기획 및 운영 △아트테크와 관련된 상품 개발 △미술 시장 리서치 △미술품 컬렉션 자문 △미술품 매매 △국내외 가상 미술관 콘텐츠 공급 △미술 문화 교육 등에서 협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는 △은행 플랫폼을 활용한 미술 소비문화 확산 △차세대 작가 및 작품 프로모션을 위한 전시∙행사 운영 △신진(청년) 미술 작가의 발굴 및 지원을 위한 자문 등을 함께 하기로 했다.  

더불어 하나은행은 '하나 아트클럽'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아트뱅크 특화 영업점인 압구정동 소재 '아레테큐브 골드클럽'에서는 미술과 금융을 결합한 아트 투자·자문서비스, 고액자산가 자녀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 교육 서비스 등 '패밀리오피스'로서의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전문 기업인 ‘열매컴퍼니'와 업무협약을 통해 미술품 기반 토큰 증권 예치금과 연관된 △조각투자 청약 프로세스 구현 △맞춤형 예치금 관리 △실명 계좌 연동 △마이데이터를 통한 자산 조회 등의 분야에서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열매컴퍼니는 2016년 설립된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으로 국내 최초 미술품 공동구매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 650.23%의 높은 청약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의 FA센터는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에 주목하고, 보험업계 최초로 ‘미술품 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품종합감정법인 가운데 하나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와 미술품 자문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생명은 미술품의 온라인 탁상 시가 감정, 관리 및 투자, 구입 및 매각 등에 대한 컨설팅은 물론, 미술시장 리포팅·세미나·강의 등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사인 테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조각투자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온라인 조각투자 API’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술품은 금융자산과 달리 ‘눈에 보이는, 과시할 수 있는 자산’으로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MZ세대의 참여 확대로 시장 규모는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며 "금융사는 미술 업계를 후원하고 작가의 작품 제작 활동을 지원하면서 우수한 작품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미술품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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