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에 나선 김연경(오른쪽)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댄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스타전에 나선 김연경(오른쪽)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댄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2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배구여제’ 김연경(36ㆍ흥국생명)이었다. 이날 삼산체육관 관중석을 메운 6120명의 관중 중 상당수는 김연경을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관중석에선 가지각색의 문구가 쓰인 응원 팻말을 들고 김연경을 응원하는 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에 앞서 김연경이 소개될 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김연경은 올스타 팬 투표에서 3만 9480표를 얻어 2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남녀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는 본 경기 시작에 앞서 열린 올스타 팬 투표 1위 시상식에서 “당연히 팬 투표 1위 할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그동안 올스타전에선 이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늘은 이기고, 지고보다는 세리머니상을 받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연경은 경기 전 예고한 대로 화끈한 팬서비스를 펼치며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남자부 경기인 1세트에 짧게 출전해 서브를 넣고 득점도 올린 그는 여자부 경기인 2세트엔 쇼맨십에 집중했다. V스타 동료인 IBK기업은행 폰푼 게드파르드(31ㆍ등록명 폰푼), 정관장 메가 왓티 퍼티위(25ㆍ등록명 메가)와 합을 맞춰 '3인조 댄스'를 선보였다. 이어 마르첼로 아본단자(54) 흥국생명 감독과 커플 댄스를 선보였다. 김연경은 아본단자 감독의 머리와 볼을 매만지며 춤을 춰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끼를 한껏 발산한 김연경은 목표로 했던 세리머니상을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16표를 받아 4표의 이다현(23ㆍ현대건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세리머니상 수상자가 됐다. 상금 100만 원도 챙겼다.

경기 뒤 만난 김연경은 "세리머니상을 받고 싶어서 오늘 새벽까지 준비했는데, 후배들이 워낙 춤을 잘 추고 적극적이어서 수상을 확신하지 못했다"며 "아본단자 감독님과 커플 댄스가 강렬해서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감독님이 어제까지는 커플 댄스를 거절하셨는데 오늘 막상 음악이 나오자 리듬을 타시면서 저를 맞이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과감하게 감독님 머리와 볼을 만졌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올 시즌에도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올해 올스타전이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올스타전에 임하는 각오가 더욱 남달랐다. 김연경은 “저를 보러 오시는 팬들이 많은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이제 내가 몇 번이나 더 올스타전을 치르겠나. 오늘도 팬들과 뜻깊은 자리를 가져 기쁘다"고 말했다.

축제는 끝났다. 이제 다시 치열한 순위 싸움에 돌입한다. 흥국생명은 1위 현대건설(승점 58ㆍ19승 5패)에 승점 8차로 밀린 채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았다. 후반기에 뒤집기를 노린다. 김연경은 승점 관리와 현대건설전 승리를 후반기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대건설과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태인데 남은 두 차례 맞대결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다른 팀들과 경기에서도 승점 관리를 잘해서 따라잡아 보겠다”며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후반기 흥국생명 성적의 열쇠를 쥔 키플레이어는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26ㆍ등록명 윌로우)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인 랜디 존슨의 딸로 잘 알려진 윌로우는 최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7)의 대체 선수로 흥국생명에 합류했다. 윌로우는 신장 191㎝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다. 2020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졸업 후 2020-2021시즌 튀르키예 니루페르 벨레디에스포(Nilüfer Belediyespor)를 거쳐 2020년부터 미국 프로리그에서 활동했다. 흥국생명 합류 전에는 미국 애슬레틱 언리미티드 소속으로 뛰었다.

윌로우가 V리그에 연착륙해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흥국생명은 우승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윌로우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흥국생명의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김연경은 새 동료인 윌로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빠른 공을 때릴 수 있는 선수다. 왼손잡이 상대 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성격도 적극적이다. 우리 팀에 필요했던 타입의 선수라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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