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남동부 지역 산림 재조림으로 기온 낮췄다는 연구 결과 발표
나무심기, 지구온난화 지연에 효과... 단 잘못된 나무심기는 오히려 악영향
사바나는 잘못된 산림 조성으로 생태계 파괴 진행
지구의 날을 기념해 나무를 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BBC 제공
지구의 날을 기념해 나무를 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BBC 제공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산업화 이후 전 세계 기온이 과열되는 중에도, 미국 동부의 땅은 차갑다. 과학자들은 산림 재조림(reforestation, 숲을 다시 만드는 것)이 미국 동부의 기온을 낮췄다고 밝혀내는 한편 잘못된 나무 심기로 사바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17일(현지 시각) 가디언은 미국 남동부 지역의 '워밍홀(warming hole,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지역)' 현상이 '산림 재조림'에 있다는 반스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보도했다.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는 산림 재조림으로 어느 정도 냉각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가디언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는 산림 재조림으로 어느 정도 냉각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가디언

반스 교수 연구팀은 미국 동부의 산림 재조림이 기온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했다. 산업화 이후 미국도 지구 온난화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동부는 1920년부터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발로 황폐해졌던 산림지대에 나무를 심어 수백만 헥타르의 숲을 만들었다.

미국 동부 삼림의 회복은 주로 나무의 증산을 통해 온도 가열을 둔화시켰다. 연구팀은 나무가 뿌리를 통해 물을 잎으로 끌어 올려 공기 중으로 증기를 방출하는 증산작용이 주변 400m 이내를 냉각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이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동부 전역에 있는 위성과 기상 관측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조림된 지역에서 대규모 냉각 효과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지난 세기 동안 재조림된 숲이 매년 미국 동부를 섭씨1도에서 2도 정도 식혀준 것으로 추정했다.

맬러리 반스(Mallory Barnes) 인디애나대 교수는 "인간이 땀을 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증산작용을 통해 표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냉각 효과도 있어 기후변화 대책을 고민할 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스 교수는 "(다만) 나무 심기와 같은 자연에 기반을 둔 기후변화 해결책들은 근본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케냐 북부 투르카나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 중 52%가 사바나에서 이루어지며, 거의 60%가 외래종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디언
케냐 북부 투르카나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 중 52%가 사바나에서 이루어지며, 거의 60%가 외래종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디언

재조림의 제한점은 반스 교수만 지적한 것이 아니다. 그린피스는 2021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조 나무 캠페인'에 대해 "기후행동을 빙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난했다. '1조 나무 캠페인'은 미국과 아마존, 인도 등지의 숲을 보전하고 재조림 해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재조림을 통한 생태계 복원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효과적인 수단으로 손꼽히지만 반발도 크다. 2020년 6월 BBC는 나무 심기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두 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새로운 숲이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과대평가 돼 있을 수 있다. 2022년 바버라 하야 미국 유시(UC)버클리대 교수는 전 세계 산림보전사업 17개를 분석해 탄소 흡수량이 13배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나무를 심기 위해 들이는 경제적 비용은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생태계 다양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실제 가디언은 지난 15(현지 시각) 아프리카 전역에서의 잘못된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사바나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리버풀 대학 케이트 파 교수는 프랑스 면적 정도의 아프리카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아프리카 숲 풍경 복원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는 2030년 까지 1억ha(헥타르·1만)의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무 심기 프로젝트의 52%가 사바나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열대초원 생태계인 사바나를 '숲'으로 잘못 분류함으로써 잘못된 삼림 개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60%는 토착이 아닌 외래종 나무를 심고 있어 생태계에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했다.

연구자들은 사바나에 더 많은 나무를 심게 되면 더 많은 나뭇잎과 가지 등이 지면을 덮게 되고, 지면으로 도달하는 빛의 양을 줄어들게 해 사바나의 초원 환경이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케이트 파 교수는 "생태계 복원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각 시스템에 맞는 적합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행위로 해결될 수 없다. 앞서 미국 동부 연구를 진행한 반스 교수는 "나무 심기와 같은 자연 기반 기후 솔루션으로는 기후 변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기후변화의 궁극적 대응책은 화석연료 배출을 크게 줄여야 하는 데 있고, 숲을 다시 가꾸는 것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보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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