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유럽 등은 통합규제 운영...효율성·경쟁촉진·금융포용 강화 방안 찾아야
/ 한스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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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새마을금고 사태가 회자되며 새마을금고의 감독 당국이 행정안전부란 사실이 새삼 화제였다. 또한 농협·수협이나 산림조합도 규제 책임자가 다르며, 각각 관련법도 별도로 존재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규제의 일관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심지어 비슷한 협동조합형 은행업을 수행하는 상호금융기관이지만 규제 책임이 다르기에, 그 기관별 감독 체계나 건전성 규제 체계가 달라 '규제차익'이 존재하는 '웃픈' 현실이다.

이런 '다양한' 국내 예금수취기관 중 가장 대표적인 시중은행은 은행법을 기반으로 규율되고 있다. 이는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 저축은행법이 따로 있으며, 가장 최근 업권에 합류한 '인터넷뱅크'들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따른다.

상호금융기관들은 각각 별도 법이 있다. 새마을금고법·신용협동조합법·농업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산림조합법 등이 각 상호금융의 규율 기반이다.

시중은행·지방은행·저축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신협까지는 금융위원회가 규제 책임자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서두 언급처럼 행정안전부가,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수협은 해양수산부,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규제를 맡고 있다.

이런 상황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해석하자면 개별 금융기관의 목적에 따라 서비스 대상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찾을 수 있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규제차익까지 벌어지는 개별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냐는 반문은 차치하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은 개별화된 법체계는 특수성을 고려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쉽게 말하자면 별 거 없는 경제와 산업이 조금씩 그 기반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금융과 관련된 법체계들도 없던 게 상황에 맞춰가며 하나씩 마련됐기 때문에 지금 같은 복마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가난이 죄는 아니니까 체계가 전무했던 과거를 탓할 필요는 없고, 통합적인 규율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와서 이를 심도 깊게 논의하고 짜임새 있는 새 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미국은 은행과 협동조합은 분리된 법이 적용되는 데 반해 유럽연합(EU)은 모든 예금수취금융기관이 단일 통합법 체계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EU 안에선 여전히 협동조합은행의 위상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의 과거 상황을 되짚어보자면, 1970년대 초 단기금융업법이 제정된 이후 다양한 단자회사들이 설립됐다. 이는 1년 이내 단기어음 및 채무증서 등 단기자금의 중개를 맡는 금융회사다. 기성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이 이렇게 태동한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상이 제도를 만든 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이른바 '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의 충격과 여파는 상당했는데, 결국 사금융시장을 제도적으로 양성화하기 위한 법 제정이 추진됐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인 은행 설립을 위한 요건을 시장 참여자들이 맞출 수 있을지 여부가 현실과제였다. 

그래서 현실을 반영해 단기금융업법을 제정했던 것이며, 마찬가지로 시대 변화에 따라 1998년에는 종합금융회사법이 제정되며 이를 대체한다. 또한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역시 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간접투자자자산운용업법·신탁업법·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등과 한데 묶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소위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대체된다.

이처럼 제도라는 것은 상황의 변화에 맞게 이를 반영해 개정되거나 대체되면 좋을 일이다. 특히 은행법 이후 제정된 각 개별법들의 제정 목적이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은행법이 일반 예금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상호저축은행법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라는 제1조에서 제정 목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 상호금융 관련 법은 지역이나 업종별 조합원이 대상임을 명시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 취지와 무관하게 현실은 신용점수 기준으로 대상 고객이 분할되고 있다. 시중은행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고신용자 중심이고,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은 중·저신용자로 나뉘었다. 각 금융기관의 고객 통계서만 확인되는 게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도 그렇게 굳어졌다. 1금융권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면, 2금융권으로 '내려간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최근 출현한 새로운 예금수취기관인 인터넷전문은행은 당국이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확대를 목표로 제시해 주기까지 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선임연구위원은 "과도하게 개별화된 법제로 인한 규제차익과 신용점수 중심의 고객 분할은 외형적 다양성과는 반대로 내용적으로 금융서비스 모델을 단순화시킨다"며 "특히 중·저신용자를 주된 고객으로 하는 금융기관은 고객기반이 단순해 위험에 더 노출되고 수익성 및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지난해 1년 동안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증가했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은 감소했다. 또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은행에 비해 5.45배 이상 높았다. 

전후나 인과가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악순환의 고리기 때문이다. 신용점수별로 봐도 고신용자 대출은 증가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은 크게 감소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감소했다면,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일까? 어디론가 이동한 수요가 음성적인 영역이었다면, 혹은 빌리지도 못하고 연체만 늘며 곪아가고 있는 거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처럼 개별법 체계가 아니라 일종의 은행업통합법 체계를 따른다면, 오히려 경쟁 격화로 인해 중·저신용자 대상 영업이 기피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사례에서 보면 포용금융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는 점을 참고해 향후 우리의 제도개선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EU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은행·저축은행·협동조합은행 등 모든 예금수취기관이 단일 은행업법에 따라 ECB의 동일규제 대상이다. 물론 유럽서도 시중은행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협동조합은행은 조합원의 복지 추구를 목적으로 서로 출발점이 다르다.

그런데 이런 통합 규율 체계서 규제차익 없이 자신의 고유한 은행업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며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행의 경우, 초기 설립 당시에는 동질적이고 제한적인 고객기반이었기에 뒤따라오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조합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며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지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EU 역내 협동조합은행의 대출은 모든 유형의 전체 은행대출에서 23.3%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협동조합은행의 대출과 지점 수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하는 등 금융포용이 축소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도 예금수취기관이 은행, 저축기관, 신용협동조합 등으로 나뉜다. 이중 은행과 저축기관은 은행법에 따라 미국 통화감독청(OCC)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동일규제를 받는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모든 협동조합형 금융기관도 신협법에 따라 단일 당국(NCUA)의 규율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과 협동조합은 별도의 법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각에 대해선 단일한 규제가 적용되므로 규제차익과 같은 형용모순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심지어 규율 주무부처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모든 조직개편이 성가신 일이지만 필요에 따라 힘을 몰아주고 통합해야 할 필요는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나 사회적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규제를 일원화하지 않는지 석연찮은 해명만 내놓는다면, 결국 부처 이기주의 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튼 미국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적어도 각각의 금융기관은 단일 규제를 적용받기에 다양한 고객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고신용자의 자금 여유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 신용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977년 저소득계층의 금융포용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재투자법이 제정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은행이 정책금융과 무관하게 중·저신용자에게 제공한 자금 규모가 2021년 기준 미국 전체 은행 총대출의 15.5%였다. 코로나 팬데믹 초반 정책지원이 지속된 기간을 감안하면, 이런 통계는 시스템이 매우 실효성있게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우리나라도 은행업통합법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중 상호금융 부문의 통합법 방식은 미국과 유럽의 방식이 상이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거래 대상이 비조합원을 포함하고 자산운용도 조합원의 자주적 협동의 경제활동 범위를 넘어 이뤄지고 있으므로 조합원으로만 제한하는 미국식보다 유럽식 통합법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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