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 가파르게 증가 전망
수출 위주·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구조…“경쟁력은 저렴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
국내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가 한국의 연간 총 전력소비의 1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국내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가 한국의 연간 총 전력소비의 1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국내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가 한국의 연간 총 전력소비의 1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가동되면 '재생에너지 대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RE100을 선포한 국내 기업들이 갈수록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추세여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기후·환경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RE100 가입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60TWh(테라와트시)로, 한국의 총 전력 소비량 568TWh의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지향적이고 에너지 다소비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이들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은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RE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 증가 추세는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마찬가지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RE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기준 500TWh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 연간 소비량 460TWh(2022년 기준)를 넘어선 것으로 독일의 연간 소비량 490TWh(2022년)와 비슷한 수치다.

기후솔루션 기업관여팀 이보라 팀장은 “이는 국가별 전력 소모를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 10위 국가와 같은 전력 소비량”이라며 “2022년에만 RE100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77TWh만큼 증가했고 이는 스위스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증가 추세에 있다. / 한국RE100협의체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증가 추세에 있다. / 한국RE100협의체

문제는 국내 RE100 기업들의 증가하는 전력 소비량 추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RE100을 달성하라는 협력업체들의 직접적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등에서 RE100 달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제약사들까지 계약서에 RE100을 명시하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2050년까지 최대 10GW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돼 RE100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증가 추세에 있다. 2022년~2023년 롯데케미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HD현대사이트솔루션, LS일렉트릭 등이 RE100에 동참하는 등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총 36개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국내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곧 윤곽이 드러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기업들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작년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결의안’에 동의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에 주요국들과 뜻을 같이 한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더 이상 돈을 쓰는 일이 아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국내 기업들의 RE100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라 팀장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재생에너지가 화력발전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전력시장 제도, 정책환경 마련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 등의 일관된 정책 기반 마련 △기업의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를 저해하는 장애물 제거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규모 확대를 위한 전력망 운영 유연성, 공정성 강화 등을 꼽았다. 

이어 이 팀장은 “국내 제조업의 산업경쟁력은 이미 글로벌한 수준인데 국내 에너지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가 경제를 위해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선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