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인투자자 "공매도 불평등한 제도...주가 하락 피해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것"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 속 시원하게 말 못해"
개미들이 공매도 재개 가능성에 단단히 뿔이 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일명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오는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에 단단히 뿔이 난 가운데, 그간 공매도 재개 방침을 고수하던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이후 주가가 내렸을 때 낮은 가격에 다시 주식을 사서 반납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매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매도의 폐해를 지적했다. 먼저 공매도가 과열된 주가 조정을 유도하는 등에 가격 조정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피력했다. 그는 주가가 과열됐다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공매도가 있어야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입증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또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주가 하락은 과도할 것이며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로 개인투자자의 돈을 갈취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며 공매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금융소비자단체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9일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합리적이고 합당한 개인투자자의 이익을 크게 훼손해왔다며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의 병폐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관료 관점이 아닌 시장과 개인투자자 관점에서 불공정과 불법 대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개인투자자의 투자 역량이 발휘되고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합리적이고 적절한 자본시장의 자본이익을 배분받는 시장구조를 만드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3월 공매도 재개 방침을 고수했던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공매도 재개를 두고 저를 포함해 금융위원회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9일 금융위는 주간업무 회의 때 금융위원장 발언과 11일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이어지자 유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의 실효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현재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부과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최대 주문금액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며 1년 이상의 징역 등 형사처벌 부과도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은 위원장은 제도남용 우려가 있는 시장조정자의 공매도는 미니코스피200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시장조성자가 직전 가격 이하의 가격으로 공매도를 주문할 수 없도록 업틱룰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규정된다. 업틱룰은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주가 하락 가속화와 투자 심리 악화를 방지하는 제도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 위반 등 불법 공매도 시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대해 끼워맞추기식 대책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부 개인투자자는 금융당국에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현재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유동성 공급과 공매도 금지로 인해 거품이 낀 상태라며 실물경제의 순기능 회복을 위해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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