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단종은 시기상조…전동화 트렌드 따라 점진적 감소 전망”
쏘나타는 최근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수모를 겪었다. /현대차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최근 재고가 쌓이면서 국내 생산 공장이 가동 중단했고, 판매실적도 고전하고 있어서다.

쏘나타가 부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과 애매한 차급, 이로 인한 시장 경쟁력 감소다. 하지만 개선점이 명확함에도 일부 소비자는 쏘나타가 전동화 흐름과 맞물린 전격 단종을 우려하고 있다.

11일 현대차가 지난 2일 발표한 2월 자동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쏘나타는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한 4186대가 팔렸다. 1~2월 누적 판매량은 77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했고, 지난해 판매량도 6만4770대로 전년 대비 32.6% 감소했다.

이처럼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지난 8일부턴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차량이 팔리지 않아 쌓인 재고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탄력적 생산 공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쏘나타는 2010년대 초반까지 ‘국민 자동차’로 위세를 떨쳤다. 2001년부터 12번이나 연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는데, 한때 서울 강남 일대에 돌아다니던 BMW 차량을 ‘강남 쏘나타’라고 빗댈 정도였다.

하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고급차에 대한 선호도 증가, 디자인 실패 등으로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형택시의 대명사라 불린 이번 신형 쏘나타에 대해 택시 모델을 적용하지 않은 점도 판매량 저하의 한 원인이다.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던 그랜저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국민 자동차로 부상했고, 원래 그랜저의 자리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들어섰다. 여기에 경쟁모델인 기아 K5가 디자인에서 꾸준한 호평을 받으면서 쏘나타의 위상을 위협한지 오래다.

쏘나타보다 한 급 아래로 치는 아반떼의 판매량은 지난해 41.3% 증가한 8만7731대를 기록했다. 쏘타나가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쏘나타 생산 공장의 가동 중단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난 1월 6일까지 진행된 바 있다. 가동 중단 시기가 잦아진 것도 단종설을 부추겼다.

아울러 전동화 시대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기저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부터 사전계약 대수 신기록을 경신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대변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쏘나타가 단종되는 일은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은 잘 팔릴 때도 있고 안 팔릴 때도 있다”며 “재고물량 조절 차원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쏘나타의 단종을 논하는 것은 억측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도 쏘나타를 단종하면 협력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여럿 생긴다”며 “제품의 생산 주기에 따라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도 단종은 이르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자학과 교수는 “쏘나타의 판매 부진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 탓이 크다”며 “현대차가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랜저 이하 급 차량은 장기적으로 점차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아반떼와 쏘나타 등의 판매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바람이 불면서 현대차가 현재의 쏘나타와 아반떼를 그대로 두고 전기차에 집중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럴 경우 판매량이 부진한 차량들이 순서대로 시장에서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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