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감안
한전 올해 영업손실 4조4000억원 육박 전망
"탄소중립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신호로 에너지소비 줄여야"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연합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연합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인상요인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전은 내년 1~3월분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 4분기와 동일한 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전기요금 체계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연료비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한전은 매 분기마다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액으로 산출한 '연료비 조정단가'로 결정된다. 

여기에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총괄원가 기초로 조정되는 전기요금(기본요금, 전력량요금)과는 별개다. 

한전의 이날 공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조정단가는 29.1원/kWh이다. 유연탄, LNG, BC유 등의 가격 급등으로 기준연료비(2019년 12월~2020년 11월, 289.07원/kg) 대비 실적연료비가 178.05원/kg 상승한 영향이다. 이에 한전은 분기별 조정폭을 적용해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가 '유보'를 결정하면서 동결됐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발표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정부가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를 결정하면 한전이 이에 따르도록 하는 권한을 뒀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성 등을 감안해 4분기와 동일한 0원/kWh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올 4분기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한 바 있다. 4분기 전기요금은 인상됐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적용한 올해 1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0원 내리면서 인상분을 상쇄해 전기요금은 지난해와 같은 기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한 미조정액은 추후 요금 조정시 총괄원가로 반영해 정산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에는 연료비 연동제 외에도 기후환경요금 등도 반영되고 있다. 올해 기후환경 요금은 kW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다. 월평균 사용량(350kWh) 기준으로 주택용 4인 가구는 매달 1850원, 산업·일반용(평균 9.2MWh 사용) 업체는 매달 4만8000원가량 부담해왔다. 

이 요금은 직전 연도에 실제로 들어간 비용을 추계해 다음 해에 회수하는 구조라 매년 바뀐다. 내년 요금은 조만간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친 후 전기위원회 심의로 책정된다. 기후환경 요금은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전은 “내년에 적용할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산정하고 있으며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동결로 한국전력의 부실화가 우려된다./한국전력
전기요금 동결로 한국전력의 부실화가 우려된다./한국전력

문제는 국내 최대 공기업 한전의 부실화다. 한전은 올 3분까지 1조129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당장 실적 개선이 어렵게 됐다.

실제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는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전의 부실화는 추후 더 큰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한 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합리화를 위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가 정부의 과도한 유보권 발동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 신호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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