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장사 R&D 투자, 로슈 24% 수준
글로벌 도약 잠재력 확인…기술수출 13조
허가심사 인력·정부 지원 병행돼야
국내 제약·바이오 연구원. /유한양행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연구원. /유한양행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체의 R&D(연구개발) 투자비용과 기술수출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하고 상황.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간 R&D 비용을 모두 합쳐도 스위스 ‘로슈’의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1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2020년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진단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동물용의약품 제외) 연구개발비 총액은 3조2904억원으로 전년 2조7424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약품 제조사(2조1900억원)와 혁신형제약기업(2조2545억원) 역시 각각 21.3%, 17.8% 늘었다.

또한 상장사 R&D 비용은 2018년(2조4854억원)부터 2020년까지 32.4% 증가했고, 의약품 제조와 혁신형제약기업은 34.9%, 27.9%씩 늘었다.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R&D 비용을 투자하는 로슈는 2020년 113억100만 달러(약 13조57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의 4배 이상이다. 여기에 의약품 제조사와 혁신형제약기업를 단순 합산(7조7349억원)해도 로슈의 절반도 못 미친다.

이처럼 R&D 투자 규모가 적다보니 제약강국의 상징인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혁신신약 탄생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해 해외에 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약 13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성과를 냈고, 임상시험 글로벌 점유율은 세계 6위(3.7%)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도약을 위한 잠재력은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평가다.

신약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호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허가받았다. 이어 32호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 ▲33호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 ▲34호 대웅제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 등이 탄생했다.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펙수클루는 이미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얀센은 지난 2018년 11월 1조4000억원 규모로 레이저티닙의 기술을 수입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얀센이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임상3상 투약을 시작하면서 추가 기술료 6500만 달러(약 776억원)를 받았다.

얀센은 지난해 12월 레이저티닙의 두 번째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폐암 신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치료에 실패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구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레이저티닙이 병용 3차 치료제 조건부 허가, 병용 1·2차 치료제 허가를 모두 달성할 경우 가치가 2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미약품 롤론티스는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돼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는 지난해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국내 항체신약 중 처음이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페루, 호주 등에서도 긴급사용승인 또는 조건부허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약 1~3조원, 10년 이상”이라며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 외에도 허가‧심사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며 “식약처의 경우 2019년 기준 333명으로 미국 FDA(8398명), 유럽 EMA(약 4000명)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질의 인력 확보뿐 아니라 후보물질 발굴 이후 제품화로 이어가기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면서 “현재는 소관 부처별로 단계별 지원이 단절된 점도 개선해야 하는 사항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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