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브랜드 인지도·신뢰도↓… 수주경쟁력 저하 우려
자기자본 2.9조 규모… 재무적 완충력은 우수 수준
왼쪽부터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정몽규 HDC그룹 회장,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왼쪽부터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정몽규 HDC그룹 회장,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여파로 수장이 물러난 HDC현대산업개발이 중장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에서 손해가 커 근원적인 수주경쟁력 저하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번 사고로 인한 손실과 관련해선 재무적 대응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평 3사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HDC현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기평은 “안전점검 결과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될 경우 프로젝트 규모를 감안할 때 법적·재무적 손실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신평도 “안전진단 결과 이후 최종 결정 내용 등에 따라 공사 일정, 추가 원가 부담 수준, 자금지출 규모 등이 가변적이고 최근 유사 사례 등을 통해 향후 전개 양상과 손실 금액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으로 관련 영향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저하는 수주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신평은 “수주산업인 건설업, 특히 주택사업에 있어서는 브랜드 인지도, 시공역량 등에 기반한 수주경쟁력이 사업역량 확보의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주택사업이 HDC현산 전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인해 주택 브랜드 인지도, 시공역량 등에 대한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장기간 지속되고 신규 수주활동 차질, 수주물량 감소 등이 현실화될 경우 본원적인 사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 또한 “지난해 6월 철거 중에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사고와 달리 이번 사고는 시공 중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중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며 “특히 주택부문 의존도가 높은 HDC현산 사업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브랜드 평판 회복이 어려울 경우 수주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잠재돼있다”고 바라봤다.

나신평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자산유동화를 활용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규모가 상당 수준에 이르는 점을 꼬집으며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채무의 원활한 차환 여부가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평 3사는 HDC현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재무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여력은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달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및 거래량. /딥서치 제공
최근 한달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및 거래량. /딥서치 제공

나신평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을 상회하고 있고 자기자본이 2조9000억원으로 풍부한 자본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는 등 회사의 재무적 완충력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은 도급액 2642억원 규모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주택사업 총 도급액 9조4000억원 중 비중이 3%를 하회해 사업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신평도 “현 시점에서 이번 사고 영향을 즉각적으로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며 “약 2조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등 일회성 손실과 비용 부담은 상당 수준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사고가 HDC현산 재무구조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확실한 판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선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HDC현산이 신뢰도 저하로 사업경쟁력을 잃어 고충을 겪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복된 사고에 비난 여론도 거세다. 빅데이터 전문 분석업체 딥서치에 따르면 이달 HDC현산에 대한 긍정적 뉴스는 6개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 뉴스는 88개에 달했다. 전월인 지난해 12월 긍정적 뉴스가 44개, 부정적 뉴스가 11개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부정 이슈가 크게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페널티가 부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HDC현산에 대한 제재 수위와 관련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텐데 (현산은)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한편 HDC현산 측은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주식 매입을 통한 방어전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HDC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HDC현산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 매수했다. HDC 계열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도 같은 기간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HDC현산 측은 “최근 광주 붕괴사고 이후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주가가 하락해 주주가치 보호 측면과 책임 경영을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 주식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HDC현산 주가는 1만62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3.6% 떨어졌다. 사고 발생 전일 거래금액이었던 2만5750원에 비하면 37.1%가량 급락했다. 지난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김준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