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마당에서 민방위 대원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마당에서 민방위 대원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 공포가 가중되며 국내 식품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오리온, 팔도(hy) 등 현지 법인을 둔 식품업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분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한국 식품이 러시아 시장을 점령한 지 오래다. 특히 제과업체는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확장했는데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러시아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현지에서 초코파이 라인업 강화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현지 신공장 완공을 계기로 인근 수출 시장인 중앙아시아와 유럽 공략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해 원재료를 추가 확보 중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는 3개월분 가량 확보돼 있다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핵심 원재료 추가 확보 중이다. 전쟁 발발 시에는 중국 법인을 통한 원재료 수입도 검토해 분쟁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리온과 마찬가지로 초코파이로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롯데제과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에 약 340억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건물을 증축했다.

이처럼 다수의 식품업체는 러시아에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오뚜기의 마요네스는 러시아 현지 점유율 1위이고, 빙그레의 꽃게랑도 러시아의 인기 스낵 중 하나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 용기면 1위에 우뚝 섰다. 팔도는 도시락 수요 증가로 약 282억원을 투자해 러시아 공장을 증설 중이다. 팔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큰 동요는 없다고 했다.

현재까지 식품업계에서 사태를 대비한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나 루블화 가치 급락과 곡물 가격 상승 등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든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현지에 수출하는 국내 식품업체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곡물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창지대로 불린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료용 밀의 경우 7월 말, 사료용 옥수수는 6월 중순까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물량까지 포함하면 사료용 밀과 옥수수는 각각 내년 2월과 7월까지 확보한 상태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국제 곡물가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밀과 옥수수의 수입 비중이 높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정국불안의 대외적인 영향권에 속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 부담에 이어 연초부터 커피, 주류, 과자 등 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 행렬에 들어가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시 또다시 물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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