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유가 110달러선 돌파
정유업계, 당장 이익이지만 장기적 수요 위축 우려
미국 제재 완화 따른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여부 주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단기적 재고평가 이익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소비 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레트유, 중동산 두바이유 모두 전일 보다 급등하며 배럴당 110달러 이상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공급부족 문제로 지속 상승하던 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2011년 5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110달러 돌파를 막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에서는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정유·화학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유가는 정유업계 비축분 정유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재고평가손익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고유가 사태 장기화 시에는 수요가 위축되고 정유사는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져 정제마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 원료의 원가 상승으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1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06.93달러로 전월 동기 대비 11.45%, 전년 동기 대비 42.14% 상승했다.

타이어업계도 원재료인 카본블랙과 합성고무 등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물류비용 증가 등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정유업계는 수개월 전부터 정유 비축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당장 공급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러시아산 원유 비중이 약 5% 수준으로 제한적인 만큼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로부터 전체 납사 수입의 25%를 의존하는 석유화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공급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유가 종식을 위해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등이 거론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복원되면 이란은 하루 평균 130만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공급 문제로 유가 변동성이 급증할 것을 우려해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유화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OPEC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비(非)OPEC 23개 산유국과의 협의체인 OPEC+간 증산 협상도 교착 상태에 있어 추가 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이란 제재 완화가 유가 급등세를 완화할 거의 유일한 변수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군사공격 중단이나 외교적 합의가 재개되지 않는 이상 유가는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이전 고점인 120달러 수준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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