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택담보대출 금리 7% 목전...영끌족 빨간불
수신금리 인상 압박에 은행권 1분기 실적 주춤 예상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상단 7%를 목전에 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 이른바 '영끌족'들의 가계부담은 커지고 있으며,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은행권의 올 1분기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금융채 금리의 인상으로 시중  주요은행의 주담대는 상단이 6.4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분기 2.01~4.63% 수준에서 2%p나 오른 것이다.

더욱이 올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단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주담대 금리가 최고 7%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주담대와 비슷하게 기준금리나 채권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전세대출, 신용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출자들의 가계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중되는 이자 부담이 총 3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동조해 국내 기준금리를 최대 2.86%까지 올리면 연간 가계대출 이자 부담 증가액은 총 40조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은 예금이나 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18일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39종 예금 금리를 마찬가지로 올린다. 타 은행권 역시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0.5%로 최저 수준이었던 2020년 당시 은행권의 주력 상품인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를 채 넘기지 못했다. 당시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갔던 유동 자금이 이젠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긴축 기조 아래 다시 은행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말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은행권 입장에선 고민이 깊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고, 새로 출범할 정권은 은행들의 높은 예대마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바 있다. 반면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은 이미 지난 1월부터 감지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월 말 KB국민, 신한,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59조 486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 5504억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3개월 사이 15조 4201억원이 늘었다.

수신잔액이 늘어도 대출 증가율은 예년과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1월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영향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은행권 수익성의 가늠자인 순이자마진(NIM) 방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경기불확실성에 대비할 충당금 적립과 정치권의 경기부양 지원 압박까지 가중될 경우 올해 은행권 실적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4월 11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중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 공급자의 의지보다 차주의 수요가 약화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분기 중에 수요 회복이 가능할 지에 대한 예상도 전문가에 따라 의견은 갈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둔화된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회복의 키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거래량에 있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안은 기업대출이다. 이미 가계대출 둔화시점부터 기업으로 눈을 돌려 지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큰 폭으로 기업대출이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월 기업대출은 2월 말에 비해 8조 6000억원이 늘어 1093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 달 연속 증가세다. 3월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6월 관련 통계 속보치 발표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이 7조 7000억원이 늘면서 908조 9000억원으로 집계된 점이 눈에 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2조 9000억원이 늘어 430조 7000억원, 대기업대출은 9000억원이 늘어난 185조원으로 집계됐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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