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희철 서울 SK 감독의 농구 철학 분석
지난 시즌 8위 팀을 통합 우승으로 지휘
서울 SK 관계자 "공과 사가 확실한 감독"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우승을 거둔 전희철 SK 감독이 그물 컷팅 세리머니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우승을 거둔 전희철 SK 감독이 그물 컷팅 세리머니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명확한 원칙의 수립과 실행은 성공을 경험한 아웃라이어(Outlier)들의 공통점으로 꼽히곤 한다. 성공한 이들 가운데 우유부단한 사람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인생은 결국 선택의 총합인데, 잘못된 선택이 쌓이다 보면 그 인생도 풍요로워질 수가 없는 법이다.

전희철(49) 서울 SK 나이츠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분명 아웃라이어다. 선수 시절엔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니던 스타였고, 감독으로선 데뷔 첫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일궈낸 '난사람‘이다. 26년 이상 SK에서 일한 이재호 SK텔레콤 스포츠운영팀 부장은 전희철 감독을 오랜 세월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온 측근이다. 이재호 부장은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전희철 감독을 두고 “공과 사가 확실하시다. 훈련할 땐 강하게 하지만, 대신 약속한 걸 지키면 훈련 시간을 짧게 해주기도 한다. 사적으론 형 같이, 어린 선수들에겐 삼촌같이 대해주신다”고 말했다.

◆ 자양분이 된 다양한 경험

전희철 감독은 스스로를 불 같은 성격이라고 표현한다. 10일 2021-2022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7전4선승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6-62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일궈낸 뒤 “노력을 하지 않고 지면 저 자신에게 화가 난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호 부장은 “일적으로 약속한 걸 지키지 안았을 때, 예를 들어 훈련 태도나 몸 만드는 걸 못 지켰을 땐 강하게 질책하시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원칙과 신뢰라는 큰 틀에서 어느 정도 자율을 주되, 책임을 부여하는 식이다.

전희철 감독이 또 하나 강조하는 건 감독의 역할론이다. 지론 중 하나는 이른바 ‘매니저론’이다. 그는 "감독이라는 의미를 따져보면서 SK에선 정말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을 한 발 더 잘 뛰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고 소신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매니저(Manager)는 회사나 호텔의 경영자나 책임자를 가리키기도 하고, 선수의 일정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전희철 감독의 농구 철학이 잘 반영돼 있는 단어다.

사실 전희철 감독은 오랜 시간 SK의 매니저 같은 구실을 해왔다. 현역 시절 고려대와 동양제과, 대구 오리온스, 전주 KCC 이지스를 거쳐 2008년 SK에서 은퇴한 그는 선수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프런트 업무를 맡았다. 전력분석코치, 운영팀장을 거쳐 코치 일을 하게 됐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문경은(51) 전 감독을 보좌하며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등 기쁨을 맛봤다.

서울 SK 선수들이 승리 후 전희철 감독을 헹가래 시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SK 선수들이 승리 후 전희철 감독을 헹가래 시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 감독 첫 해 이룬 놀라운 성과

올 시즌을 앞두곤 마침내 감독직에 올라 새 역사를 썼다. 2001-2002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를 정상에 올려 놓은 김진(61) 감독 이후 역대 2번째로 부임 첫 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김진 감독은 시즌에 앞서 감독대행으로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전희철 감독은 코치에서 바로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김승기(50) 안양 KGC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을 경험하는 인물로 기록됐다. 2001-2002시즌 동양에서 선수로, 2017-2018시즌 SK에서 코치로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한국농구연맹(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위 기대감을 높였다. 정규리그에선 수원 KT 위즈, KGC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챔피언결정전에서도 5경기 만에 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전희철 감독은 김선형(34), 안영준(27), 최준용(28), 자밀 워니(28) 등 스피드와 기동력을 갖춘 선수들로 훌륭한 ‘스피드 농구’를 구현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8위 팀을 한 시즌 만에 최강팀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다. ‘스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명장으로 거듭났다.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전희철 감독이 30년 넘게 한결같이 고수한 게 있다.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짧고 반듯하게 올린 헤어스타일에선 늘 흐트러지지 않는 고수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SK 도 ‘빈틈없는 농구’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희철 SK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KBL 제공
전희철 SK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KBL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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