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자철 회장, SNS상 경솔한 발언으로 뭇매
논란 되자 "다듬지 못한 표현 죄송" 사죄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KPGA 제공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9년 1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된 구자철(67) 회장은 대의원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9년 만의 기업인 출신 회장이라 기대가 모아졌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사재를 출연해 대회를 만들었고, 기업을 찾아 다니며 설득한 끝에 또 다른 대회 신설도 이끌어냈다.

공(功)도 있지만 과(過)도 분명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과정에서 때론 ‘경솔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구자철 회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데 왜 김비오 샷 할 때마다 이 지랄이냐? 비오야. 퍽큐 한번 더 해. 내가 막아 줄게”란 글을 올렸다. 이는 2019년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최종 4라운드 후반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셔터음을 낸 갤러리를 두고 손가락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김비오(32)를 향해 자극한 일부 갤러리를 비난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비오는 당초 자격정지 3년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징계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어 2020년 8월 코리안 투어에 복귀했다. 무릎 꿇어 사죄하고 징계도 마친 선수를 다시 자극한 일부 갤러리들의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을 비속어와 함께 “내가 막아 줄게”란 표현으로 SNS에 올린 KPGA 수장의 태도도 적절치 못했다.

구자철 KPGA 회장이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현재는 수정된 상태다. /구자철 회장 페이스북 캡처
구자철 KPGA 회장이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현재는 수정된 상태다. /구자철 회장 페이스북 캡처

이미 2020년 5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만 후원하는 기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너네 다 죽었어”, “남자프로 공공의 적”이라는 글을 올렸던 터라 이번 글 역시 가볍게 넘기고 볼 문제는 아니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번 발언은 코리안 투어 잔치라 할 수 있는 KPGA 선수권대회 도중 나왔다. KPGA 선수권은 1958년 시작된 국내 남자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급 대회다. 그러나 수장의 경솔한 발언으로 대회와 투어의 품격은 훼손됐다. 반성하고 복귀한 김비오에게도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구 회장은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수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2일 “우리 선수들이 다 아들들 같아서,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는 게 너무 안쓰럽고 그럴 때마다 감정이 욱해져서, 다듬지 못한 표현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했다. 이어 “우리 남자골프 귀한 팬들께 예의를 갖추지 못한 표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욱 좋은 갤러리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자프로골프 계속 많이 성원해 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12일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죄한 구자철 KPGA 회장. /구자철 회장 페이스북 캡처
12일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죄한 구자철 KPGA 회장. /구자철 회장 페이스북 캡처

KPGA 사정을 잘 아는 한 골프 관계자는 13일 본지에 “종종 SNS 계정에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글이 게재되더라. SNS는 사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지만, 협회 회장의 위치에 있고 공개된 계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대면 때도 상황에 맞지 않았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회장의 위치에 있는 만큼 언행에 더 신중함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투어가 내분과 반목으로 얼룩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어가 긍정적인 이미지와 높은 품격을 갖추려면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선수, 갤러리 등 구성원들 모두 언행이 정제돼야 한다. 구성원들의 품격은 투어 품격의 바로미터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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