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적 제재에도 에너지 수출로 125조원 벌어...수출 감소에도 가격 치솟아 상쇄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원유 펌프/연합뉴스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원유 펌프/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러시아가 에너지수출로 돈벼락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인 비난과 강력한 제재를 촉발시켰지만, 러시아의 가장 큰 수출품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상승했고 중국과 인도 등으로는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 비용보다 에너지수출로 얻은 수익이 더 많다보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적인 카르텔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현시시간) 뉴욕타임즈는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가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 동안 석유, 가스, 석탄 수출로 930억 유로(약125조)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약 3분의 2는 석유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천연가스다.

이 연구를 이끈 라우리 밀리비르타 선임연구원은 "현재 수입액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이유는 가격이 전례 없이 높고 수출량이 기록상 최고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수출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원동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에 석유와 가스의 수입은 러시아 연방 예산의 45%를 차지했다.

연구센터는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수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출한 수입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무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 병력이 중요한 지역 목표물에 집중함에 따라 러시아에 유리한 추세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국가들과 기업들에게 러시아와의 무역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인 올레그 우스텐코는 “이번 분석 자료는 수치가 적게 잡은 보수적 추정”이라며 “화석 연료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액은 늘었지만 수출량은 전 세계의 제재에 따라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더 많은 국가와 회사들이 모스크바와의 교역을 기피함에 따라, 치솟는 가격은 그 감소의 영향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산 석유가 국제 시장 가격보다 30%가량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마저 감안하더라도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60%가량 올랐다.

특히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러시아의 에너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는 데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는데, 침공 첫 100일 동안 구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국영 가스 대기업인 가스프롬의 수입은 높은 가스 가격 덕분에 전년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연구센터는 밝혔다.

아울러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줄어 지난 5월 18%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소에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인도가 100일 동안 러시아 원유 수출의 18%를 사들이면서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모든 화석 연료 수입을 금지하면서 러시아의 수입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와 인도 같은 나라들로부터 정제된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100일 동안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제치고 러시아 화석연료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중국은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했고, 일본은 러시아산 석탄을 가장 많이 구입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더 강력한 제재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화석 연료 수입이 계속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달 말 EU는 이 지역으로 운송되는 러시아 석유의 약 4분의 3을 포함하는 금수조치에 동의했다. 또 영국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 석유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은 화석 연료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EU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기존의 55%에서 2030년까지 63%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는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그래야만 물가를 안정시키고 세계적 경제 침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보좌관 우스텐코는 “전면 금수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임시 조치로서 여러 국가의 조치를 환영할 것”이라며 “국가들이 국제 가격과 러시아 석유의 상한 가격 사이의 차이를 취해서 그것을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렇다면 우리는 러시아인들의 자금 지원을 거의 즉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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