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최고층 타워 건립 쪽으로 결론
"최고층 건물로 송도 업그레이드"vs"경제성, 기후위기 고려해야"
시장 바뀔 때마다 계획 변경…인천타워 건립 '장기 표류' 우려도
103층 빌딩 포함된 인천 송도 아이코어 시티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103층 빌딩 포함된 인천 송도 아이코어 시티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인천 송도에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보다 더 높은 국내 최고층 빌딩이 생기는 계획이 부활하고 있다. 발전과 정체의 갈림길에 선 송도 개발이 새 전기를 찾을지, 더 깊은 논란으로 빠져들지 주목된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이 4년 만에 인천광역시장으로 돌아온 가운데 인수위가 최고층 타워 신축 가능성을 일찌감치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최근 토론회를 통해 송도 6·8공구 국제공모사업 개발 방향을 주거시설 및 골프장 조성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과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최고층 건물을 세우는 쪽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기존 6·8공구 개발 계획이 베드타운 중심이라고 보고 이를 지양해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물러나는 박남춘 현 시장이 임기 막판 확정한 기존 고층 빌딩 신축사업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시장은 지난 3월 투자유치기획위원회를 열어 6·8공구 128만㎡ 개발계획을 조건부 의결하면서,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높은 420m(103층) 높이의 고층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이 계획엔 주변에 건립될 1만 가구 주거시설과 18홀 규모 골프장 조성 등도 포함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말 각계각층 인사들과 공청회 등을 실시한 뒤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이는 10여년 전에 계획된 국내 최고층 ‘인천타워(가칭)’ 건립 계획과 달라 지역사회의 적지 않은 반발을 불렀던 것도 사실이다.

인천타워는 지난 2008년 안상수 전 시장 재임 때 기공식을 치른 613m(151층) 높이 쌍둥이 빌딩이다. 2013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착공 직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 송도 일대에 대한 낮은 사업성 등이 문제가 되면서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이 지역 개발 우선협상사업대상자인 대상산업 중심의 블루코어 컨소시엄과 올 초 420m로 빌딩 높이를 낮춰 신축하고, 주변에 대단위 주거 단지를 설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 당선자가 시정에 복귀하면서 420m가 아닌 600m 짜리 최고층 플랜이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인천시장 인수위는 특히 빌딩이 100층 이상 올라갈 경우 건축비가 4∼5배, 관리비가 2∼3배 뛰어 최고층 빌딩의 경제성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박 시장은 연초 "송도에 103층 빌딩을 지으려면 1조2000억원 들지만 151층을 지으려면 6조원이 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인천타워가 최고층으로 바뀌어 건립될 경우, 찬반 양쪽 입장이 팽팽해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타워를 찬성하는 쪽은 송도와 인천이 서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생존하기 위해선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빌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찬성 쪽 주민을 대표하는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는 "새 빌딩이 인천타워처럼 꼭 613m는 아니어도 최소한 롯데월드타워보다는 높아야 그 상징성과 가치를 통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송도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며 "송도가 산업과 상업을 넘어 관광까지 아우르는 국제도시로 나아가는 길이다. 건설비용 이상의 가치를 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쪽 생각은 다르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것을 새 시정부가 무시하고 최고층 빌딩 추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인천타워는 경제성 문제, 기후 위기 문제 해결 방안으로 기획돼야 한다. 최고층 마천루는 개발시대 논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인천이 4년 단위로 시장 소속당이 계속 바뀐 것을 들어 최고층 빌딩 건립 사업이 향후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선거 때 마다 인천타워 이슈로 홍역을 치르다보면 삽만 여러 번 뜨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치솟는 아파트 값으로 각광받았던 송도가 올해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을 거론하면서 "송도 집값과 관련해 지역사회가 고층 빌딩을 너무 마지막 승부수처럼 삼아 논쟁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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