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과 교육 결합한 ODA 새 모델 제시
디지털 금융시스템 론칭을 축하하고 있는 우간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들 /새마을금고중앙회
디지털 금융시스템 론칭을 축하하고 있는 우간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들 /새마을금고중앙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글로벌 시장 개척은 금융사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자 치열한 국내 경쟁을 뒷받침할 새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은 이와는 성격이 다른 지속가능개발이란 목표 아래 함께 가는 공동의 금융이다. 

새마을금고가 현재 진출해 있는 국가로는 미얀마, 라오스, 그리고 아프리카의 우간다 등이 있다. 4대 금융지주를 필두로 국내 금융사들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가 진출해 있는 지역은 소위 '사업성'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곳들이다.

이는 새마을금고가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이란 근본적인 정신에서 그 취지를 찾아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No one left behind)"라는 핵심적인 원칙아래 금융포용 모델을 꾸준히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3개 국가에는 현재 53개 새마을금고가 설립돼 있으며 1만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우간다의 경우 지난 2018년 10월 30여 명의 회원으로 새마을금고가 시작됐지만, 현재 약 8600명의 회원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현재는 15곳에서 금고를 운영 중이다.

특히 회원의 약 70%가 여성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저축을 통한 지역 내 투자와 이웃 간 협력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한다는 사례가 현지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간다 현지 금융당국 역시 새마을금고에 영구 법인설립 인가를 내줬다. 당국의 인증을 받은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나아가 8월에는 해외 협력국 중 최초로 디지털 금융시스템을 론칭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정보시스템(MIS) 도입을 통한 회계 투명성 개선과 함께 모바일 뱅킹으로 저축 및 대출 서비스도 가능하게 했다. USSD 코드로 손쉽게 모바일 머니와 연계가 가능하고 통장 잔액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POS 기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는 파출수납 서비스까지 가능하게 한다.

저개발 국가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여타 사회 인프라에 비해 비교적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등을 쓸 수 있는 통신서비스다. 우간다 새마을금고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바꾸는 기술적 변화만이 아니라,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사회적 가치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중앙아프리카에서 동쪽으로 약간 치우친 내륙 국가 우간다는 면적 23만 6040km²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2021년 기준 4712만 3533명으로 대한민국에 좀 못 미친다.

경제규모(명목 GDP)는 2022년 기준 미화 463억 7700만달러로 세계 94위 수준이지만, 일인당 명목 GDP는 1060달러로 189위 수준이다. 결국 빈부격차가 극심하단 의미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올해 경영전략에서 ESG경영을 강조했던 것처럼, 해외 새마을금고 모델 확산은 새마을금고가 추진하는 4대 핵심 분야 사회공헌사업의 중추다.

특히 재원이나 기술 원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 세계 금융소외 지역에 지속가능한 새마을금고 모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게 특징이다. 현지 주민 스스로가 자금을 조성하고 빈곤 감소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은 새마을금고 단독 추진이 아니라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의 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 대사관 등의 협력과 지원이 함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환율 급등, 물가 상승, 유류 부족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맞닥뜨린 라오스에서 성과도 우간다의 사례와 비슷하다. 라오스 역시 UN이 지정한 48개 빈곤국 중 하나로 일인당 GDP가 2514달러로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라오스에선 지난 2020년부터 현재 3개의 새마을금고가 설립됐다. 현지 주민들은 지난 1960년대 한국에서 초기 새마을금고 운동의 모습처럼 근검절약과 저축에 대한 교육, 마을 부녀회 조직 등의 시도가 시작됐다. 현지 중고등학생들의 생애 첫 저축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별도의 가입비나 통장 개설비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빈곤 국가인 미얀마는 지난 2012년 새마을금고에 운영체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당시 행정자치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미얀마 농축산관개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초청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코이카와 협업으로 본격적인 OD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의 새마을금고는 모두 35곳으로 가장 많은 금고가 운영 중이다.

올해 8월엔 캄보디아 농촌개발부 공무원 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역시 올해 새마을금고 오픈을 앞두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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