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 김동관·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친 따라 장교 복무
코오롱 4세 이규호는 美시민권 포기 해외 파병 자원
SK 창업주 3세 최성환 SK네트웍스 이사, 해병대 근무
"충실한 병역 이행으로 시대 걸맞는 대권 후보 자격 갖춰" 평가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부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이사(왼쪽부터). 각 기업 제공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부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이사(왼쪽부터). 각 기업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병역은 우리 사회가 과거 재벌가를 비판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했던 소재였다.

근시, 과체중, 우울증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병역을 연기한 자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1980∼1990년대에 태어나 차곡차곡 경영 수업을 쌓은 주요 대기업 오너가 3∼4세 상당수가 병역을 충실히 이행, 승계를 앞두고 관련 시비에서 벗어났다.

병역은 한국형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경영의 특성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너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해당 기업에 대한 비호감도를 줄이거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후계 승계가 진행중인 한화, 현대중공업, 코오롱, SK네트웍스 등도 승계 후보자들이 병역을 모범적으로 수행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장교로 복무하며 군생활을 통해 리더십까지 쌓은 경우에 속한다.

1983년생으로 미국 최고 세인트폴고교와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를 나와 정치학사를 받은 김 부회장은 석박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귀국해 2006년 8월 공군 사관후보생(사후) 117기로 입대, 진주훈련소로 향했다. 3년 4개월간 의무복무기간에 통역장교로 활약하고 2010년 말 제대한 뒤 이듬해부터 한화그룹에서 일을 시작했다.

참고로 김 부회장 아버지 김승연 회장도 공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김 부회장 큰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역시 공군 사후로 임관해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작은 동생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승마 국가대표로 2006년과 2010년,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 아시안게임 우승자에 주어지는 병역특례 대상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방산사업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도 신냉전 시대를 맞아 무기와 탄약 등 방산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라며 "그런데 이런 사업을 하는 오너가가 병역에 흠결이 있어서 되겠는가. 김 부회장은 그런 면에서 깨끗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는 정기선 사장은 지난 2005년 학군사관(ROTC) 43기를 통해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일하다가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돌입했다. 한화 오너가가 공군 장교 전통을 갖고 있는 것처럼, 현대중공업그룹은 육군 ROTC 전통이 있다. 정 사장 아버지이자 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에 이어 후계자 정 사장까지 ROTC 선후배로 인연을 맺고 있다.

내년 1월 코오롱모빌리티 각자 대표에 내정돼 4세 경영에 본격 돌입한 이규호 부사장은 해외 파병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부사장은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었으나 병역을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어 동명부대에 자원, 레바논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했다. 아직도 몇몇 기업 자제들이 병역 회피를 위해 한국 국적 포기하는 사례와 비교하면 이 부사장이 갈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SK창업주 최종건 전 회장의 손자이자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의 조카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내이사는 해병대에서 땀을 흘렸다.

그는 지난 3월 SK네트웍스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 승계가 공식화됐음을 알렸다. 지난 2006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병역 리스크를 말끔히 지운 그는 이후 SK그룹의 시초격으로 불리는 SK네트웍스 업무에 뛰어들었다.

‘해병대’라는 단어 3자가 주는 힘이 최 이사의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현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는 지난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에 자원 입대, 3년여 장교생활을 마치고 중위로 전역해 화제를 뿌렸다.

여성임에도 군 생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시민들과 공감했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 개선에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최민정씨는 현재 재직중이던 SK하이닉스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 스타트업 `던(Done)'에서 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대기업 오너가의 병역 이행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평가받는다.

로마 시대 귀족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에서 비롯된 말인데, 구체적으론 병역 의무를 뜻한다.

귀족과 그의 자제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 전사하면서 사회 지도층이 부족해질 정도였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 만큼 병역을 다했다는 점에서 2000여년이 지난 현재도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아 ESG가 강조되고 국민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시대에 대권 앞둔 MZ세대 오너가 인사들의 충실한 병역 이행은 기업 유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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