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주 우선인수권은 차차 검토...성숙기 더 필요한 한국 자본시장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개요 /금융위원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개요 /금융위원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고성장 사업부문을 '쪼개기 상장'해 일반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반복되며 금융당국이 이를 막는 조치를 강구했다. 하지만 현 정권의 자본시장 공약이기도 했던 신주 우선인수 관련 내용이 빠지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심사 강화 등의 세 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핵심적인 조치로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데, 이는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가리킨다.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간 협의로 결정하는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과거 1개월·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한 시장가격을 적용한다. 이 역시도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일반주주들의 권리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라는 별명이 붙은 LG에너지솔루션이 좋은 사례다. 모기업 LG화학의 주가는 한때 고점 대비 40%나 하락했다.

알짜배기 핵심 사업을 바라보고 장기 투자를 결심한 주주들의 입장에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들이 줄상장을 이어가는 동안 모기업 카카오 주가가 반토막 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작년 5월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시킨 SK케미칼도 고점 대비 60% 주가가 빠졌다.

올해 코스피 상장을 앞둔 SSG닷컴, CJ올리브영, 코스닥 상장을 앞둔 오아시스 역시 이와 같은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각각 신세계그룹과 CJ올리브네트웍스, 지어소프트에서 분할된 회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내 방산기업인 풍산이 방산사업부문을 가칭 풍산디펜스로 물적분할한다는 소식 역시 모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밖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도 물적분할 후 IPO 계획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자 최태원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시 이미 상장돼 있는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투자자들은 이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자본시장 관련 공약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 우선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안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합일점을 찾기 어렵다. 과도한 보호조치가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요예측을 통한 가격발견의 기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사례를 자본시장이 활성화된 선진국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국내에서도 일부 이슈가 된 몇몇 대기업 사례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기에 표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1년 사이 기업이 물적분할 후 동시상장한 사례는 17건이었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그 중에서도 대기업 사례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 보호 방안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신주인수권 도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이유다.

금융위가 '우선' 손대기로 결정한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내년 1월까지 이를 정비할 계획이며, 공시 및 상장 심사 강화는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관련 서식과 시행세칙 개정을 오는 10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논평을 내고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먼저 분할단계에서 기업의 조직재편 또는 사업영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안건(합병·인적분할·물적분할·영업양수도 등의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일종의 일반주주 과반결의 제도(Majority of Minority Rule, MoM)를 도입함으로써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물적분할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투자자와 기업간 신뢰 축적이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쪼개기'와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함께 제고하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득에 애를 쓰지만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익 추구가 자본시장의 본질이라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이기심'만 앞세우는 풍토가 하루빨리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