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복합위기 속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선진국 대비 기업에 불리한 법인세 주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법인세 주요 제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 한국 vs. G5 국가' 분석을 통해 글로벌 선진국 G5(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와 비교해 한국 법인세 제도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27일 밝혔다.

전경련은 한국이 G5 국가보다 기업 규모별 세제지원 격차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G5 국가는 기업규모 구분 없이 동등하게 지원하거나(미국·프랑스·독일) 차등해서 지원하더라도(일본·영국) 우리나라만큼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G5 국가가 평균 17.6%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최대 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대기업 R&D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지원제도는 국내 R&D 투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대기업 일반 R&D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소한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에 대해서만 공제 한도와 공제 가능 기간을 모두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년도에 발생한 손실을 사용해 당해 소득을 전부 공제받을 수 있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대기업은 전년 손실이 크더라도 당해 소득의 최대 60%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어 남은 40%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전경련은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 취지가 적자 기업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 지원에 있는 만큼 대기업 공제 한도를 확대하거나 다른 국가들처럼 공제 가능한 기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배당금 이중과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G5 국가는 모든 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자국에서 과세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배당금을 국내에서 과세하고 해외자회사가 현지에 납부한 법인세만큼 국내 모기업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전경련은 해외자회사 소득이 국내로 배당되지 않고 현지에 유보되면 해외소득의 국내 재투자를 통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기회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국들처럼 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비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세부담도 주요국 중 한국 기업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는 한국·미국·일본만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주라는 제도를 운영해 기업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고 있다.

한국은 사내유보금에 20%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반면 일본은 과세표준별로 10~20% 세율로 누진과세, 미국은 20% 단일세율로 과세하나 사내유보금이 기업 활동을 위해 필요함을 입증하면 세금을 면제해 준다.

전경련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이중 과세에 해당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업에 최저한세를 부과하는 국가 역시 한국과 미국뿐이다. 

다만 미국은 규모가 큰 일부 기업에만 최저한세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모든 기업에 최저한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 최저한세 제도는 공제·감면 혜택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최저한세만큼은 세금 납부 의무가 존재한다.

전경련은 최저한세가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늘리고 투자와 고용 유인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제도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고물가와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우리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투자·고용 여력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