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우디 초대형 미래도시 네옴시티 2030년 완공 계획
1970년 이후 52년 만에 한국 '제2의 중동붐' 노린다
환담하는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대통령실 제공
환담하는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대통령실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17일 정부를 비롯한 재계가 하루종일 들썩였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thing)’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37) 왕세자 겸 총리가 3년 만에 방한했기 때문이다. 윤석열(62)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52)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62) SK그룹 회장, 정의선(52)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버선발로 달려가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 살만 왕세자를 서울 용산 집무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공식 회담을 하고 네옴시티를 포함한 양국 간 도시 인프라 개발, 원전, 방산, 건설 등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은혜(51)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외빈에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뜻을 반영해 회담장이 관저로 전격 결정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담은 리셉션 장에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단독 환담은 거실과 정원 등 가족 공간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국가 정상도 아닌 빈 살만 왕세자에게 각별한 예우를 하는 건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네옴시티’ 건설과 ‘비전 2030’ 때문이다. 특히, 네옴시티는 원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사우디가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다. 올해 한국 1년 예산(604조 원)을 훌쩍 넘는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 원)를 들일 정도의 대규모 사업인 만큼 윤 대통령이 수주 성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네옴(시티)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 방산,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문화,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 사우디의 협력을 한층 더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灣) 동쪽에 건설될 예정이다.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2017년 10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바 있다. 도시 길이만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거리인 170km, 높이는 500m고 900만 명 인구를 모을 계획이다. 택시는 공중으로 날아다니고 도처에 인공지능(AI) 로봇이 배치돼 가사와 서비스 업무를 맡는다. 도시는 100% 신재생·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된다.

지난달 27일 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우디를 직접 방문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힘을 보태는 등 측면 지원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그는 "네옴 신도시 건설 등 큰 프로젝트들이 이제 막 발주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바탕을 잘 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회담 및 오찬 이후 빈 살만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로 이동해 국내 8개 대기업 총수가 참여한 차담회에 참석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국내 기업과 사우디 정부 간 계약·양해각서(MOU) 6건, 국내 기업과 사우디 기업 및 기관 간 협력계약 및 MOU 17건 등 총 26건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2019년 방한 때 총 10개 분야에서 83억 달러(약 11조118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엔 3배 커진 300억 달러(약 40조 원)나 된다.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까지 더하면 규모는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 재앙, 고물가·고환율·저성장, 사회적 불평등 확대 등으로 인해 경제 위기에 놓인 한국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재계에선 1970년 이후 ‘제2의 중동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MOU는 정식계약 체결 전 당사자 간 기존적인 공감대를 담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없어 실제 계약까지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이 요구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첫 방한을 한 2019년 6월 사우디와 국내 기업 간 8건의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정식계약으로 이어진 건 절반인 4건에 불과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선물보따리’를 안겨준 건 맞지만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업을 더 구체화하고 사우디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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