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규제대상 회사 간 내부거래 91%가 ‘수의계약’
쿠팡, 농협, 한라 등 물류 내부매출 비중 100%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 연합뉴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10대 재벌기업’의 내부 거래액이 15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IT 서비스 분야의 경우 계열사 간 매출‧매입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혁신 동력 저하가 우려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 5월 지정된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316개 계열사이며 지난 한해의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물류‧IT 서비스 분야의 내부거래 현황과 공익법인과의 내부거래 현황을 새롭게 분석‧공개했다.

◇ 현대차, SK, 삼성 등 재벌기업 내부거래 금액 218조원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76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1.6%로 내부거래 금액은 218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현대자동차(45조2000억원) △SK(35조9000억원) △삼성(29조6000억원) △LG(15조2000억원) △현대중공업(10조원) △롯데(7조3000억원) △CJ(3조5000억원) △한화(3조3000억원) △GS(3조원) △신세계(3조원) 등 상위 10대 재벌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내부거래 금액 또한 증가했다. 이들의 내부 거래액은 156조원에 달했다.

다만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14.1%에서 지난해 12.9%로 2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총수2세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 기준 내부거래 비중, 금액 변동추이. / 공정거래위원회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 기준 내부거래 비중, 금액 변동추이. / 공정거래위원회

총수일가 혹은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지난해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3%며, 30% 이상인 경우 20.5%, 50% 이상은 21.1%까지 증가했다. 총수2세 지분율이 100%인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29.3%로 나타났다. 

다만 공정위는 총수2세의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 거래 비중이 1년 전과 비교해 3.4%p 감소한 점을 두고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통해 승계자금 마련 목적의 사익 편취가 이뤄질 소지가 높은 만큼 이러한 변화는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규제대상 회사 664곳의 내부거래 금액은 30조8000억원이며 내부거래 비중은 9.7%로 집계됐다. 특히 상위 10대 집단에 소속된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7%로 10대 미만 집단 6.1%의 3배를 넘어섰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규제대상 회사 간 거래 중 91.1%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통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비상장사에서의 내부거래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 과장은 “단순히 내부거래 수준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부당 내부거래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해당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당 내부거래 발생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의 필요성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 “물류‧IT 내부거래 의존도 높아…성장기회 제약”

공정위는 올해 처음 물류‧IT 서비스 분야의 매출‧매입 현황을 공개하고 매출과 매입 모두 내부거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류 매출 현황을 공시한 31개 기업집단의 물류 내부 매출액은 12조3000억원으로 내부 매출 비중은 49.6%로 나타났다.

물류 내부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쿠팡(100%) △농협(100%) △한라(100%) △하이트진로(99.6%) △농심(96.1%) 순이다. 내부매입 비중은 △한라(100.%) △삼성(93.8%) △동국제강(83.7%) △현대자동차(79.3%) 순으로 확인됐다.

IT 서비스 매출 현황을 공시한 47개 기업집단의 IT 서비스 내부매출액은 13조1000억원으로 내부매출 비중은 68.3%로 나타났다.

IT 서비스 내부매출 비중이 100%인 기업집단은 △현대백화점 △농심 △동원 △오케이금융그룹 △쿠팡 등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물류와 IT서비스 분야의 매출‧매입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 과장은 “물류‧IT 서비스 매출회사는 매출을 계열사에 의존함에 따라 자체적인 혁신 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매입회사의 경우 계열 물류‧IT 서비스 회사로부터 매입에 의존함에 따라 독립 물류‧IT 서비스 회사의 성장 기회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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