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김근현 기자
안우진.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냈다. 국민들은 결과를 떠나 선수들의 투지와 투혼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축구대표팀의 선전은 내년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였다"며 "’저도 저렇게 큰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야구 대표팀도 WBC를 앞뒀는데,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고 힘줬다.

이강철(56·현 KT 위즈 감독)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023년 3월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2023 WBC 1라운드를 치른다. 한국은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1라운드 B조에 속해 있다. 1라운드를 2위 내로 통과하면 순위에 따라 A조(대만·네덜란드·쿠바·이탈리아·파나마) 상위 2개 팀과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미국 마이애미 플로리다에서 열린다.

대회가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 대표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야구 강국’ 미국, 일본은 주요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 WBC 개최국인 미국은 마이크 트라웃(31·LA 에인절스), 무키 베츠(30·LA 다저스), 카일 슈와버(29·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빅리그 정상급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2006년, 2009년 WBC에서 우승한 일본도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36·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28·시카고 컵스), 무라카미 무네타카(22·야쿠루트 스왈로즈) 등 정예 멤버를 동원할 예정이다. 

한국도 다가올 WBC에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18일 2023 WBC 대표팀 관심 명단 50명을 확정해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에 제출했다. 일종의 예비 명단으로 추후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이 중 35인을 포함한 예비 명단을 내년 1월 6일까지 WBCI에 제출해야 한다. KBO는 기술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어 35인 명단 구성에 관해 논의했다. 투수 14명과 포수 2명을 포함해야 하는 30인 최종 명단(Final Roster)의 제출 기한은 2023년 2월 7일까지다.

한국야구는 2006년 WBC 초대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고, 2009년 대회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과 2017년에는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치는 수모를 맛봤다.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인 WBC는 떨어진 한국야구의 위상을 다시 세울 좋은 기회다.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야구계를 감싸고 있다.

대표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토미 에드먼(27·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안우진(23·키움)의 최종발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토미 에드먼. /AP 연합뉴스
토미 에드먼. /AP 연합뉴스

에드먼이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은 크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상급 2루수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까지 통산 4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9, 40홈런, 175타점, 274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2루수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WBC는 현재 국적이 아니라 부모 또는 조부모의 혈통에 따라 출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에드먼은 지난 9월 미국에서 염경엽(54·현 LG 트윈스 감독) 당시 기슬위원장과 만나 한국대표팀 합류 의사를 전했다. KBO가 발표한 WBC 야구대표팀 관심 명단 5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하지 않는 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WBC에 출전할 수 있다. 조범현(62) KBO 기술위원장은 “KBO가 에드먼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까지는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안우진의 WBC 대표팀 발탁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는 2022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발돋움했다. 30경기에서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이닝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 투수로는 2017년 양현종(34·KIA 타이거즈) 이후 5년 만에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기량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KBO가 안우진의 대표팀 발탁을 망설이는 이유는 ‘학폭(학교폭력)’ 논란 때문이다. 안우진 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영구 자격 박탈 징계를 받았다. 프로 선수들이 나서는 WBC 참가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학폭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론을 의식한 KBO 기술위는 예비 명단에 안우진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조범현 위원장은 안우진 관련 질문에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반문한 뒤 “안우진을 최고 투수로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학폭) 문제가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다. 이강철 감독 생각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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