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 궤도운송법, 노후화 부품 사용연한 지정 없이 안전점검에 의존
경기도·경상남도, 국토교통부에 궤도운송법 개정안 건의
29일 리프트 멈춤 사고가 발생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강원도소방본부
29일 리프트 멈춤 사고가 발생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강원도소방본부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29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운행 중에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는 '리프트 멈춤 사고'에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등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중급 슬로프를 오가는 리프트가 멈춰서 이용객 70여 명이 고립됐다"고 알렸다. 스키장 측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약 20분만에 이용객을 구조했고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스키장 리프트 멈춤 사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포천시 베어스타운에서는 리프트가 역주행해 100여 명이 고립됐고, 45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베어스타운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는 운행을 잠정 중단한 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같은 달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멈춰 이용객 30여 명이 구조됐다. 12월에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멈춰 승객 50여 명이 공중에서 고립됐다.

같은 리프트 멈춤 사고에도 추정 원인은 각자 달랐다. 베어스타운은 "사고 이후 관계 기관 합동 감식에서 구동장치의 핀과 볼트 부품이 파손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웰리힐리파크는 "리프트 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롤러가 고장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고, 알펜시아 리조트는 "리프트 의자 인입 과정에서 오작동으로 룰러가 멈추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리프트가 멈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9일 리프트가 멈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연합뉴스

해마다 이어지는 사고에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궤도운송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궤도운송법은 리프트 등 궤도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3개월마다 정기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안전검사전문기관에 위탁해 연 1회 정기검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령은 노후화 부품 교체 시기를 따로 지정하지 않아 안전사고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최인호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궤도·삭도 시설 중 84%가 설치 후 10년이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 의원은 “공중에서 이동하는 삭도 시설의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지어져 노후화된 시설과 새롭게 많이 생기고 있는 대형 궤도 시설들에 대해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철저한 안전관리 강화 및 점검 방안과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안전점검 시스템의 문제점을 동시에 짚는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스키장 안전사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같은 상황"이라며 "안전점검에 투입되는 인력과 장비가 1년 내내 고용되는 형태가 아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형태라 인원이 자주 바뀌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지자체는 각 스키장이 개장하기 전 철저한 점검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며 "안전점검과 함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훈련과 대비가 돼야 하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이 미흡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포천 베어스타운 리프트 멈춤 사고 합동감식. /연합뉴스
포천 베어스타운 리프트 멈춤 사고 합동감식.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자체와 정부부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법령 개선을 주장했다. 경기도와 경상남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철도 대상인 '정밀안전진단 제도'를 리프트 등 궤도·삭도시설에 적용해 시설 안전관리 강화를 제안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철도차량은 20년 경과 뒤 5년 주기, 철도시설은 10년 경과 때 성능등급에 따라 4∼6년 주기로 정밀진단을 해야 한다.

운행에 사용되는 부품의 내구연한을 제도화하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현재 법령에는 부품 내구연한을 정하지 않고 각 시설 안전점검을 거쳐 부품을 교체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부품 교체 규정을 세분화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 부품을 교체하도록 법 개정을 요청했다.

또한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지난해 10월 리프트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담은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교통부에 내용을 보고하고, 정밀안전검사 정기적 실시 및 주요 설비 교체 시 안전점검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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