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요 후보, 김성태·권은희 등 여권 인사 유력
새노조 "정치권 낙하산 후보 철저히 걸러내야"
사내인사 16명…윤경림·신수정·김기열 물망
KT, 셀프연임·깜깜이 지적에 공개 재공모
내달 7일 CEO 최종 확정…3월 주총서 결정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에 여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중에는 통신 비전문가나 기업 경험이 전무한 후보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구현모 KT 대표가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취임 이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2.0 실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구현모 KT 대표가 KT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근현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KT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근현 기자

KT는 사외 인사 18명, 사내 인사는 구현모 현 대표를 포함해 16명 등 총 34명이 후보에 지원했다고 20일 밝혔다.  

재공모에 도전한 외부 인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과 국회의원, 장관 출신 등을 비롯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관료를 지냈던 여권 후보가 다수 포진된 것으로 확인된다. 

주요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성태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20대 국회의원으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보기술(IT) 특보를 지냈다. 현재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기업경영 경험은 전무하다. 

새누리당 제19대 국회의원인 권은희 전 의원은 지난 16일 가장 먼저 후보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의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으로 KT 상무, KT하이텔 경영부문장, KT네트웍스 전무 등을 지냈다. 여권에 속해 있으면서 KT와 가장 연관성이 깊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윤종록 전 차관도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지낸 KT 출신이다. 윤 전 차관은 KT에서 마케팅기획본부장과 신성장산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윤석열 대선 캠프 경제고문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여러 여권 후보들이 재공모에 나섰다. 

KT새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에 몸담다가 때만 되면 KT 수장 자리에 기웃거리는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예상되는 후보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며 "회사의 성장 비전 제시와 동시에 통신 사업 강화 전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내부에서도 16명이 지원했다. 유력 후보로는 지난해 KT가 CJ ENM과 콘텐츠 동맹을 맺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과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등이 꼽힌다. 3년 전 구 대표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도 후보에 합류했다. KT종합기술원장 출신인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과 KT경영연구소장을 역임한 김기열 전 부사장도 물망에 올랐다.  

당초 KT 이사회는 지난해 CEO 공모 절차를 거쳐 구 대표를 차기 CEO로 단독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KT의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라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인사의 불공정성을 제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도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KT는 현 정부와 여당, 국민연금이 지적한 '셀프연임'과 '깜깜이 심사' 등 논란을 피하기 공개 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권 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지원한데다가 KT 임원 출신들도 현 정부와의 연관성이 있어 구 대표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KT가 디지코 KT로 전환하며 체질 개선을 이뤄가는 대변혁 시점에서 ICT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와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직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 자리를 맡아야 KT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T이사회는 오는 28일까지 대상 후보자를 8명 내외로 압축하고 다음 달 7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KT 차기 대표이사는 3월 마지막 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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